카페인의 반란

13-1

by 심색필 SSF

-콰당!-


“벨제붑!”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물론 웃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나름 반가웠다. 울그락 불그락 새빨개진 얼굴에 여기저기 묻어있는 핏자국과 그을음. 가브리엘과 미구엘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채 교단의 큰 문을 세차게 열어젖히며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그 모습이 불경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저 그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형님. 벨제붑이라니요. 이제 저는 메시압니다.”

“이 개새끼가 어디서 감히 그런 신성한 이름을...”


그러나, 형님은 하얀 가루의 유혹에서 벗어났을 뿐 속에서 들끓는 복수심은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케인!”

“참... 언제 또 그렇게 친해지셨답니까?”

“네가 감히 네 아버지를 죽이고 나를 팔아!”


가브리엘은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미구엘과 손을 잡았다. 세대가 교체되며 세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마약을 공급하는데 있어 가장 힘이 있는 미구엘이었지만 이제는 굳이 남미를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메시아님.”

“아닙니다. 이제 잘 지내보시지요. 형제님.”

“아... 메시아님도 원래 성씨가 리 씨였다고 하셨죠?”

“할머님이 리 씨였습니다. 저희 집은 이 씨였고요. 뭐 그래도 미국에서는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는 합니다.”

“빛의 자식임과 동시에 정말 먼 옛날 조상이 같았을 수 있겠네요.”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십니다.”

형제, 자매들을 모두 마약사범으로 넘긴 그날 우리는 남미가 아닌 중국과 손을 잡았다. 원재료도 훨씬 저렴하고 훨씬 다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대륙의 하얀 가루는 미구엘의 공백을 기억나지 않게 해주었다.

“너는 꼭... 내가...콜록... 콜록...”


-칙.-


멋지게 문을 열고 들어온 그들은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에 두 다리가 조금씩 얼어붙는 듯 보였다. 내 미간에 총구를 들이밀기 위해 성큼성큼 걸어 온 둘은 점점 걸음이 느려지며 햇볕을 마주한 뱀파이어처럼 몸이 굳어갔다.


“왜 그러세요? 어서 오셔야죠. 제가 바로 여기 앞에 있잖아요.”

“뭐야? 이거 왜 이래...”


고군분투하며 교단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생각했지만 사실 늙은 여우들을 잡기 위한 덫이었다. 마을에 들어오는 순간 준비된 병력들에 의해 미구엘의 조직원들은 모두 체포되었다. 애초에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지만 그렇게 끝내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원래 손에 잡힐 것 같은 기회를 놓쳤을 때의 그 암울한 표정이 가장 맛있는 법이니까.


“왜요?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죠?”

“으...으...”


교단의 위에 서 있는 나와 문을 열고 들어온 그들의 거리는 꽤나 멀었다. 원래 신도들이 교주에게 닿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그들과 나의 당연한 거리였다.


“너... 무슨...짓을...”


-칙.-


“절 보자마자 너무 좋은 향기가 나지 않던가요?”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아마 세상에서 맡아보지 못한 그런 엄청난 향이 느껴졌을 거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그런 향기.


“두 분 오신다는 소식을 들으니 저희 신제품을 한 번 보여드리고 싶더라고요. 아버지가 쓰시던 건 너무 구닥다리였어요. 트렌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섹시하지도 않고. 그냥 뭔가... 좀 옛날 사람 같다고 해야 할까?”


교단에서 내려와 내게 다가오던 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햇빛 앞에 완전히 석화되어 버린 듯 온몸이 굳은 둘은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신을 마주한 듯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참... 이렇게 누추한 분들이 이렇게 귀한 곳을 오시면서 이렇게 숭악한 물건들을 가져오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이건 제가 일단 맡아두겠습니다.”


난 그들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칼과 차가운 총을 거두어들였다. 가브리엘과 미구엘은 확실히 이전보다 상태가 많이 상해있었다. 홀쭉하게 들어간 뺨과 짙게 드리워진 다크써클. 하얗다 못해 창백해진 얼굴색은 그들의 푸석푸석한 피부를 더 메마르게 보이게 했다.


“참... 두 분이 이렇게 망가진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이렇게 잘 큰 막냇동생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미구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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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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