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이야기 둘
완연한 여름이다. 그늘 하나 없는 7월.
땅이 달궈질대로 달궈진 탓에
조금만 걸어도 발부터 뜨끈해진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는 잠깐동안
뜨거워진 발이 발갛게 변한다.
새 다짐을 하며 맞이한 2월 어느 새벽이 어젯밤 같은데 7월이 끝나간다.
추운 2월 새벽 버스정류장에서 덜덜 떨면서 여름을 바랐다. 여름이 오길, 간절히 바랐다.
노곤노곤한 여름밤이 코 끝에 매달릴 시간을 떠올리면서 추위로부터 날 좀 데려가주길 기다렸다.
어느새 한여름을 관통하고 있다.
축축하고 더운 바람이 불고, 밤이면 풀냄새 가득한 여름 향이 난다.
관성처럼 들고다니던 긴 팔 남방이 무색해지더니
7월이 오고, 어느새 가고.
8월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토록 기다렸던 여름이 속절없이 지나간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의 한 가운데에 서자 막상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노곤한 여름 밤을 즐길 여유도,
온 몸으로 여름을 만끽할 자신도 없는 채.
야속하게 지나가는 날짜만 세고 있다.
여름은 조금 풍성할 줄 았다.
모든 게 사라지고 떨어지고 얼어붙는 겨울과 달리, 여름엔 살아나고 무르익으니까.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니까.
추운 겨울을 이겨내면 그런 여름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날씨 뿐만 아니라 일상이 말이다.
그러나 겨울에서 봄이, 봄에서 여름이 오는 동안
나는 단지 조금 머리가 길었고
조금 지쳤고, 조금 더 피곤해졌다.
밤이면 악물고 잔 이 탓에
아침이면 관자놀이까지 뻐근하다.
작은 행복과 큰 슬픔에 갈수록 무던해진다.
나는 딱 그만큼 변했다.
새로 얻은 성취도 성과도 보람도 없이.
느닷없이 여름을 관통하고 있다.
이렇게 맞을 줄 몰랐던 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