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이야기 다섯
첫사랑, 첫만남, 첫키스...
뒤에 붙는 단어가 그렇고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처음'을 '설렘'으로 기억하던 때가 분명 있었다.
그래. 그때는 첫이별조차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처음이 참 싫어졌다.
첫 소개팅이라는 상대의 어설픔이 답답했고,
첫 알바인지 우왕좌앙하는 알바의 실수가 짜증났고,
첫 직장생활이니만큼 자꾸만 보이는 상사들의 눈치가 괴로웠다.
그러나 사실은
'처음'을 싫어하게 된 게 아니라,
처음의 '서투름'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었다.
첫 소개팅이라는 상대의 어설픔이 나의 소개팅을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첫 알바인듯 해 보이는 상대의 실수가 내 돈과 시간에 손해를 입히지는 않을까,
첫 직장생활이라 괜히 실수해서 찍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차라리 맛집-디저트-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안정된 코스와 노련한 대화가,
재빠른 손놀림과 익숙한 포장 실력에 더해진 무표정한 응대가,
퇴직을 앞두고 노련하다 못해 고루해진 상사들의 회사생활이 좋아보였다.
그건 아마도
지금의 내겐
서투름을 견뎌낼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