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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와란 Nov 17. 2022

말을 안 해야지 하면서도 계속하게 된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

오늘은 수능일.

큰 딸이 초등학생이었을 때까지만 해도 수능일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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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딸이 중학생이 되니 수능이 남일 같지 않았다. 곧 닥쳐올 딸의 미래.

평소 공부에 대해 크게 간섭하는 편은 아니다. 학원 역시 아직 보내보지 않았다.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공부와 학원의 필요성을 느꼈을 때 그때 보내주고 지원해 주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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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어떤 고등학교를 보내야 할지, 수능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부쩍 고민하는 얘기들이 들린다. 그래서인지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게임하고, 그림 그리고, 친구와 폰으로 잡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면 꼭 한 마디씩 하게 된다.

"그 열정을 이제 공부에 쏟아야 하지 않겠니? 갑자기 공부만 할 순 없으니 공부의 양과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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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딸을 뒤로하고 나오면서

'또 얘기해 버렸네...'하고 후회를 한다. 나 말고도 주변에서 많이 듣게 될 말들로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엄마마저 한몫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엄마니까 더 얘기해 줘야지 하는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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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방금 수학 3개 틀렸어요."

수학 문제집을 풀고 나온 딸이 밝게 이야기를 한다.

"오늘 쉬운 단원이라 하지 않았어? 다 맞아야지 3개나 틀렸어?"

"그래도 3개밖에 안 틀렸잖아요." 시무룩 해지는 딸을 보며 '아차'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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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고 쉬는 딸에게 오늘도 말 안 해야지 하면서도 또 몇 번을 말하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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