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기 위해 집을 볼 때 중요하게 보는 조건 중 하나가 아파트 전망이다. 그런데 습하거나 비가 오는 날, 추운 겨울엔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밀린 빨래들이 생기게 되면 자연스레 빨래 건조대를 거실 창 앞에 두고 빨래를 켜켜이 걸어둔다. 그러다 보면 거실 전망은 사라지고 빨래 전망과 퀴퀴한 냄새와 생활하는 일상이 잦아진다.
그래서 이사와 함께 주부들이 신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는 건조기를 들였다. 세탁을 하고 바로 건조기에 넣으면 뽀송뽀송한 수건, 먼지가 보이지 않는 옷, 빵빵해진 패딩으로 변신해서 나왔다. 변신한 빨래들을 옷장에 넣는 일은 즐겁기까지 하다.^^
건조기는 신세계를 보여주는 게 맞다.
사실 나에게 신세계는 변신한 빨래보다는 거실에 있다. 비록 오른쪽은 앞동이 왼쪽은 공사하고 있는 건물이 있어서 시원시원한 자연을 담은 전망은 아니지만 건물들 사이로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햇살이 거실 끝까지 들어와 있는 걸 볼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아침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건조기가 열일하고 있는 사이 나는 커피 한잔을 내려 신세계를 맞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