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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와란 Apr 05. 2023

인간이 느낄 수 없는 고통을 맛보는 중.

소소한 일상 이야기.

초등 고학년인 딸은 어릴 때 친구들이 발레를 배울 때 못 배워서인지 발레에 대한 로망이 있는 듯했다. 평소 뻣뻣한 아이라서 스트레칭이라도 하라고 단지 내 커뮤니티의 초등발레 수업을 등록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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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예쁜 발레복을 입고 토슈즈를 신고 우아하게 발레 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는 듯했다. 하지만 그 예쁜 꿈은 수업 들어가기도 전에 깨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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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초등 저학년들은 예쁜 발레복을 입지만 고학년들은 쑥스럽고 불편하다며 편한 복장으로 오니 굳이 발레복을 입고 오지 않아도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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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등록한 학생들 대부분이 초등 저학년이고 고학년은 딸 혼자 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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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딸은 민망한 건지, 실망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수업 시작까지 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한 시간 수업을 마치고 어떤 반응을 보이며 나올지 걱정도 되고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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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후 의외로 밝은 표정으로 나온 딸은 "선생님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저보다 어리지만 고학년도 3명 있고요. 오늘은 스트레칭 정도만 했지만 재밌을 것 같아요." 다행히 재미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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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제가 이렇게까지 뻣뻣한 줄 몰랐어요. 그리고 지금 저는 인간이 느낄 수 없는 고통을 맛보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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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딸이 꿈꾸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발레는 아니지만 뻣뻣함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발레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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