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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와란 Apr 10. 2023

아파트 유리창 청소는 안 하는 게 나을 듯하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

건조기를 들인 후 거실 전망을 가로막고 있던 빨래 건조대를 치우면서 아파트 전망을 볼 수 있는 신세계를 맛보고 있다고 했었다.


우리 집 거실 전망은 아주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의식하고 멀리 봐야 '바다구나'하는 정도지만 바다 덕분에 자주 멀리 봐진다.  


서쪽에 있는 이 먼바다는 4시에서 5시쯤 되면 빛을 발한다. 눈부신 햇살에 반사되어 바다 전체가 하얗게 반짝거리고 덕분에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의 형태는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 아름다운 거실 전망을 온전히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 하나 있다면 아파트 유리창이다. 뿌연 유리창이 투명해지길 바라며 유리창 청소용품들을 사서 청소도 해 보았지만 이중창 사이는 청소가 어려웠고, 손이 안 닿는 곳들은 아무리 잘해도 얼룩이 생겨 오히려 안 한 것보다 더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안쪽을 열심히 닦고는 있지만 바깥쪽 창문의 얼룩들은 어쩔 수가 없다.


아파트의 유리창은 깨끗해질 수 없는 걸까? 먼바다를 보는데 뿌연 유리창이 먼저 시야에 들어오면 '늘 투명한 유리창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유리창이 늘 투명하면 앞집에서 보면 우리 집이 너무 훤하게 들여다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서로의 사생활을 위해 커튼을 매일 치고 살아야 하나? 그나마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었던 뿌연 창문 너머의 바다는 커튼 뒤에 가려지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의 유리창은 일부러 청소를 하기 어렵게 만든 건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최소한의 사생활 보호 가림막이 유지되도록 오늘 유리창 닦는 청소는 안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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