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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pr 05. 2024

막걸리 좋아하세요?

막걸리에는 '오덕'과 '오반'이 있다 합니다!


하루에 막걸리 한 통은 마시는 것 같다. 통의 크기는 날마다 다르다. 다 술은 잘 안 마시는데 막걸리와는 친하다.


친구들이나 친척들 모임에 가도 알아 막걸리를 준비해 주기도 한다. 참 고맙다.

     

막걸리 맛 땀 흘리고 난 후 마실 때 가장 좋다. 습관이 돼 땀 흘리는 일 할 때, 하고 나면 막걸리가 당긴다.

     

예전과 달리 요즘 마트에 가 파는 막걸리 종류가 많다. 여러 지역에서 만드는 것들이 진열돼 있다. 지역 특산물을 첨가한 막걸리들도 많아 맛도 다양하다.



막걸리에는 다섯 가지 덕이 있다.



'좋은 점'이 아니라 '덕(德)'이다. '덕'은 공자님 말씀이니 무릎 꿇고 경건하게 들어야 한다. 


첫째 덕은 인사불성이 되지 않을 만큼 취하는 거다. 막걸리도 술이라 마시면 취한다. 작은 통 하나면 적당한데 발동이 걸리면 병 수가 는다.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 되면 배 불러 더 이상 못 마신다. 다른 술과 섞어 2차 3차 하다 보면 다음날 숙취로 고생한다. 그래서 인사불성이 되고 정신줄 놓을 만큼 마실 수 없다. 취해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면 막걸리는 아니다.

     

둘째 덕은 요기가 되는 거다. 일 하며 새참이나 간식으로 먹을 수 있고 밥 대신 먹을 수도 있다. 정말 요기가 된다. 노년에 밥 대신 막걸리만 마셨는데 장수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셋째 덕은 기운을 돋우어 주는 거다. 예로부터 막걸리는 힘든 농사일을 하며 마시는 농주고 작업장의 노동주였다.  일 하며 마셔보면 안다. 얼마나 꿀 맛이고 힘이 솟는지!

     

넷째 덕은 일이 잘 안 풀려 고민할 때나 속상할 때, 고민을 풀고 속상함을 달래주는 거다. 막걸리 한잔 하며 풀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다. 나 혼자 그렇게 풀 수 있는 술이다.

     

다섯째 덕은 감정의 골이 생긴 사람, 원수진 사람과 마시며 응어리를 풀 수 있다는 거다. 마주 앉아 막걸리 한 잔 나누면 마음에 담았던 크고 작은 감정의 찌꺼기를 털 수 있다.




다섯 가지 덕이 있다면 막걸리는 세 가지 사회적 이념 있다. 막걸리의 '삼반(三反)'이다. 이념이라 하니 갑자기 유식해진다.



첫째는 '반유한(反有閑)'이다. 놀고먹는 술이 아니란 얘기다.


양주나 고량주와 같이 비싼 술은 기름진 안주에 먹어야 맛이다. 하지만 막걸리는 그렇게 마시면 속이 끓어오르고 트림이 난다. 숙취도 따른다. 일 하며 한 잔씩 마셔야 소화가 잘 되고 숙취도 없다.


둘째는 '반귀족(反貴族)'이다. 그럴듯한 모임 막걸리 올리는 경우는 없다. 폼 나게 양주나 와인을 올려야 다. 막걸리는 논두렁이나 마당가 평상에 감자부침개나 전을 부쳐놓고 먹어야 어울리는 술이다.

    

셋째는 '반계급(反階級)'이다. 막걸리 잔을 앞에 놓고 앉으면 위아래 계급이 허물어진다. 다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고만고만한 생각으로 어울릴 수 있는 술이기 때문이다.


막걸리가 좋다. 막걸리만 마신다. 마당 일하며 혼자 마실 때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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