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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pr 08. 2024

바닷가에 살며 바다를 못 보는 여자

있다고 있는 게 아니고 본다고 보는 게 아니고, 마음 밖이면 없는 거

일이 있어 강릉에 갔다. 마침 사천 바닷가를 지나는 중인데 시간도 남고 커피 생각도 나고 하여, 바다가 잘 보이는 예쁜 카페를 일부러 찾아 들어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은 없고 주인 여자 혼자 카페를 지키고 있었다.


커피를 시키며 내다본 창밖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한 폭의 그림이었다. 창밖 바다를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말을 걸어야만 할 것 같았다.


"매일 바다 보고 살아서 좋으시겠어요."     


주인 여자는 대수롭지도 않게, 잘 생긴(?) 나를 아주 잠깐 힐끗 만(?) 쳐다보고 대꾸한다.


“어디에 바다가 있나요? 거기 바다가 있었나요?”


“네~에~? 저게 바다가 아니고 뭐예요?”


“아~ 거기에 바다가 있는지 몰랐어요. 안 보이다 태풍 올 때나 보여요.”


커피 내리던 손을 놓고 나 쪽을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다. 너무나 푸르고 맑고 아름다운 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고, 그걸 실시간으로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당신 눈이 삐었냐고, 저게 바단데 무슨 소리 하냐고, 사람 놀리냐며 맞짱 뜰 일도 아니고,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느낌이다.




있다고 다 있는 게 아닌가 보다. 본다고 다 보이는 게 아닌가 보다.


내 눈에 보이는 실체는 내가 보고 느꼈을 때 비로소 거기 나타난다. 있다는 것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비로소 있게 된다. 그럼 그걸 알아차리는 나의 주체는 뭘까? 눈인가 입인가 발인가 뭘까? 마음인 것 같다.


존재하고 실재하며 거기에 있어도 내 마음 밖이면 진정 없는 거다. 다 마음다.


맘 잘 써야 좋은  보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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