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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pr 09. 2024

"개 주인이세요?" "아뇨 머슴인데요!"

개주인은 개가 주인이라 하고 사과밭 주인은 사과가 주인이라고 하고...

옆 동네에 사과 과수원이 있다. 카페서 쓸 사과를 사러 간다. 귀농한 남자가 과수원 주인이다. 갈 때마다 사람이 보이지 않아 목소리 높여 찾으면 사과밭 가운데서 땀을 흘리는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나온다. 참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도시에서 살다 귀농한 사람이라 그런지 매우 싹싹하고 친절하다. 묻지 않는 얘기도 이것저것 잘한다. 가기만 하면 한참을 같이 떠들다 온다.


신이 나면 새로 산 사과 따는 기계에도 태워준다. 스위치를 누르면 사과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온다. 떨어질까 무섭다 해도 그 이는 나를 공중에 매달아 놓고 기계의 성능을 설명한다.


동네에서 농사짓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천당과 지옥이다. 동네 농부 아저씨는 묻는 말에나 겨우 대답한다. 그것도 비싸게…     


싹싹한 과수원 주인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물었다.


“과수원이 꽤 넓어요. 농사지은 지 좀 되셨나 봐요?”


“한 3년 됐어요. 귀농했어요.”


“이렇게 큰 과수원 주인이니 행복하시겠어요?”


“내가 주인인 줄 알았는데요. 살다 보니 그게 아니에요. 주인은 저 사과고 나는 머슴입니다.”


“예?”


“종일 과수원에서 사과한테 공을 들이다 보면 내가 사과 주인인지 얘들이 내 주인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띵~~~”     


돈과 바꿀 좋은 상품을 만들려고 애지중지하는 한 알 한 알의 사과일 거다. 어찌 될까 밤낮으로 신경 쓰다 보면 주인이 누군지 헷갈릴 만도 하겠다. 사과밭 주인이 사과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이유다.





큰 개 한 마리가 목줄이 풀려 우리 집 마당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마을 이장한테 전화를 걸어 개 한 마리가 마당에 있으니 찾아가라고 방송을 부탁했다. 얼마 후 모르는 여자분이 개를 찾으러 왔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얼굴이 익숙지 않다.


“개 주인이세요?”


“아뇨! 개 머슴이에요. 내가 얘 주인인지 얘가 내 주인인지 잘 모르겠어요.”     


“띵~~~”  


개 머슴인 여자께서 주인님을 모시러 온 것이었다.


내가 주인으로 알고 사는데 어느 순간 순서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잘 못 하다가는 모시고 살아야 하는 큰 짐이 되기도 한다.


하루하루 주인으로 살았는지 머슴으로 살았는지 모르겠는데, 카페를 하며 주인 생각으로 머슴처럼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오늘은 내가 주인으로 살아야겠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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