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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Apr 21. 2021

열등감 03.

(feat. 서울아파트)

내 열등감의 최고봉은 바로 서울아파트구매에 실패한 일이다. 나는 강남아파트를 구매할 수많은 기회를 너무 많이 놓쳐버리고 말았다. 왜냐면 내가 눈여겨본 아파트들을 구입하기 싶을때 나는 항상 돈이 모자랐고, 대출을 받았어야 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머뭇거리다가 결국 아파트들을 구입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구매에 실패한 아파트들은 그 이후에 너무 가격이 올라서 늘 넘사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처음 아파트를 구매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은 1998년 IMF직후였다. 나는 그 당시 어렸는데도 불구하고 집근처 압구정 한양아파트가 1억7천에 나온것을 보고는 '이건 사야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대의 내가 1억이 넘는 거금이 있을리 만무했고 이 아파트를 사자고 부모님께 건의(?)했지만 부모님께서는 "너 돈있으면 사라"며 내 말을 가볍게 일축하셨다. 나는 그때 1000만원정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1억6천의 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서 결국 한양아파트를 사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몇년이후 그 아파트가 거의 2배 가까이 오르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물론 10년이후에는 또 내리기도 함. 의외로 아파트가 매번 오르는 것 같아도 생각외로 등락폭이 심함. 주식같다고 보면 된다) 2000년 즈음에는 정말 아파트를 사러 돌아다녔는데 수서쪽과 영동대교 북단을 고민하다가 결국 또 수서아파트를 포기하고 강북쪽 아파트를 사는 우를 범하게 된다.(그때만 해도 오래된 아파트를 사서 인테리어를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새 아파트가 좋았다) 내가 산 아파트는 대학교 근처였는데 지하철역에서는 애매하게 멀고 (아파트는 무조건 역세권이다. 심지어 백화점도 지하철에서 바로 연결된 곳이 더 잘된다. 지금에야 모든 백화점이 다 역을 끼고있지만 예전에만 해도 그렇지 않았음) 대학교는 가까이 있어서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나는 캠퍼스의 낭만을 기대하고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현실은 내 로망과 거리가 멀었다. 결국 나는 그 아파트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매매하고 말았는데 (그 당시 수서아파트는 또 몇천만원이 올라서 내 속을 쓰라리게 했다) 이번에는 정말 신중하게 아파트를 구매하리라 마음먹고 한남동에 아파트를 구입했다. 한남동에 아파트를 구입하기 직전 5천만원 정도만 돈을 더 보태면 잠원동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기때문에 나는 한동안 고민을 했지만 또 막상 대출을 받으려니 자신이 없었다. 내가 결혼을 했더라면, 조금 더 탄탄한 직장을 다녔다면 나도 고민하지 않고 대출을 받았을거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싱글이었고 디자인회사들은 언제나 고용이 불안정하다. 잠원동 아파트가 오를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또 현실에 타협해 한남동의 소형아파트를 사고 말았는데... 물론 내 아파트도 올랐다. 하지만 내 아파트가 1억오를때 잠원동아파트는 8억이 올라서 나는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파트가 10억간다는건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나는 아파트를 살때마다 실패를 하자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홧병도 늘어갔다. 잠원동 아파트가 10억을 찍자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디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내가 해야할 것은 투자가 아니라 마음의 울화를 다스리는 일이었는데 한남동 아파트 보유중에 나는 결혼을 하게되었다. 그리고 한남동집이 신혼집으로 쓰기에는 너무 좁아서 서초동에 전세를 얻게된다. 서초동집은 고즈넉하고 좋았지만 매매를 하기엔 좁고 연식도 애매했다. (신축도 아니고 재건축도 아니라는 뜻. 이쯤되자 나도 부동산에 대해 조금은 눈을 뜨게된다. 너무 늦었지만) 그런데 반포주공이 자이와 래미안으로 재건축을 하면서 우리 아파트에 설명회를 온 것이다. (지금은 넘사벽아파트지만 처음에는 미분양이 되었어요) 나는 이번에야말로 반포래미안을 잡아야한다고 생각해서 남편을 강하게 설득했다. 하지만 남편은 반포에서는 출퇴근도 너무 힘들고 (솔직히 당시는 반포의 모든 아파트가 공사중이라 공기며 교통이 헬이긴 했죠) 7억이 넘는 아파트값이 부담된다며 거절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금도 2억5천만원 정도라 5억가까이 대출을 받는다는 것도 무리이긴 했다. (무리를 하지 않으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랜드마크 아파트는 절대 살 수가 없는 것이 바로 포인트!)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반포래미안이 30억이 되는 모습을 역시 지켜만 보고 있다. 결국 모든것을 놓친 내가 그 이후 산 아파트는 바로 남동생이 살고있던 아파트. 요즘은 한창 증여가 많지만 내 경우에는 전혀 그런것이 아니라 이사를 가야하는 남동생네 아파트가 처분이 쉽지않자 우리가 떠맡게 된 것. 나는 그 일로 한동안 우울했는데 우리 생활권도 아니고, 서울도 아닌곳에 아파트를 갖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쨌든 돈이 묶여 더이상은 다른 아파트를 알아보기도 힘들게 된 것. 그 이후 나는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아주 이주하면서 역시 이번 부동산 활황기를 참여자가 아닌 관망자로 보고만 있다. 서울부동산이 조금 잠잠해진 이후 우리 아파트도 조금씩 가격상승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이번 오세훈시장 당선으로 인해 다시 서울아파트 가격들이 들썩거리면서 우리동네 집값은 다시금 잠잠해졌다.


예전에는 아파트값이 한번 오르면 전국의 아파트값이 다 올랐다. 집없는 사람들이야 박탈감을 느꼈겠지만 집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할것없이 집값이 올랐으므로 시장에서 소외된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랜드마크 아파트일수록 더 많이 오르고 비인기아파트는 잘 오르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는 고공비행을 해도 지방의 아파트값은 꿈쩍도 하지않는 세상이 되었다. 서울이랑 경기도, 인천의 아파트가격이 따로 놀기 시작한지도 꽤 된다. 일각에서는 저출산이며 인구가 줄어든다고 난린데 아파트값은 천정이 뚤린것마냥 거침없이 오르니 과연 그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파트값이 고공비행중이라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왔다는 것이고 (요즘 물가를 보라. 안 오른것이 없다) 지방도 인프라는 서울에 못 미칠지 몰라도 집만 놓고보면 넓고 쾌적한 새집이 많고 심지어 서울보다 훨씬 싸다는 사실이다. 도로도 계속 뚫리고 예전에 비해 지방에서 서울가는 것은 너무 편리해졌는데 왜 지방집값은 요지부동이고 서울만 계속 오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보니 전국민이 서울집(특히 강남집)을 사려고 하고 (모든 사람은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한다. 가장 떨어지지 않을 집에 투자하려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그 욕망이 결국 강남집값을 계속 오르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어쨌든 한번 서울에서 밀려나자 다시 서울로 가는것조차 어려워지고 말았는데 반포래미안을 사는걸 반대했던 남편도 요즘은 후회를 한다. 나는 집으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울화병까지 얻으면 건강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해 최대한 명랑하게 지내려고 노력중이다. 애시당초 내게는 없을 돈이었다고 생각하며 마음의 수양을 하는것이 그나마 최선이다. (정신승리일 뿐이며 합리화라고 욕하셔도 딱히 반박할 수는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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