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처음으로 트레일 러닝을 시작했다.
어느덧 뜨거웠던 여름도 지나
이제는 찬바람이 제법 부는 계절이다.
무모했지만 설렜던 첫 번째 도전.
부상으로부터 회복하며 위기를 극복했던 두 번째 도전.
그리고 혼자 설 수 있게 해 준 세 번째 도전.
세 번의 대회 참가는
매번 다른 형태로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배우로서 성장하기 위해 시작한 트레일 러닝.
체력을 기르는 것도 목표였고,
마음을 다지는 것도 필요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시간 동안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많이 쌓지 못했다.
오디션을 보고, 배역을 따내고, 촬영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럴 때 산으로 갔다.
어찌 보면 그런 현실로부터 도망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하나의 선택이었다.
기회는 갑작스럽게 찾아오기 때문에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 준비는 대사 연습만이 아니라,
단단한 몸과 단단한 마음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이제 겨울이 오고, 또다시 봄이 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대회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보니 내가 필요한 것은
빠른 속도도, 메달도 아니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대단하지는 않아도 매일 쌓아나가는 노력.
그것이 나를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고,
그것이 결국 배우로서의 진짜 체력을 만들 것이다.
이제는 바람이 차다.
더 이상 애써서 산에 가지는 않는다.
준비할 대회도 없고, 증명할 기록도 없으니까.
그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산에 가고 싶으면 가고,
아니면 다른 운동을 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제는 정말 내 페이스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가야지.
나는 왕초보 트레일러너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산에서 넘어지고, 다시 배우다.
2025년 가을, 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