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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Dec 17. 2021

가을


초록이 지나간 자리마다 피 흘리는 가로수 잎

보도블록에 끼고

골목을 뒹굴며

미끄러지듯 기도하는 은행을 주워 비볐어요


노란 물 발등을 적시네요

노랑은 들국화에 물들고 해바라기에도 물들어

내 가슴에 머물다

그대의 얼굴로 튄 얼룩,     

 

겨드랑이가 가렵던 눈썹이 없는 아이들 같아요

모나리자를 닮지 않은 아이들을 받아들고 빗물에 씻어요

두 손을 오므리고 펴고

다시 오므리며 아이들이 빠져나갈까봐 조심,     


두 손에서 한 방울씩 빠져나가는

생각 앞에서 멈추고 바람이 흘리고 간

노랑을 피해서 뛰었지요

나무의 끝에 매달린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곳까지 달렸어요

그러나 건너편은 보이지 않아 건너갈 수 없는

오늘 눈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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