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달 그린다네 호텔 앞 아기자기한 시골 마을이 아침을 연다. 연못에 반영된 목조건물이 투명하여 물 위에 건축해 놓은 듯하다. 몰캉몰캉하게 보여 손 넣어 감촉을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애완견과 산책하는 현지인의 여유에서, 장난감 같은 잘 가꾸어진 정원과 하얀 목조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목가적인 마을이다.
라르달 시골마을
피얼란드 빙하 박물관은 요스테달브렌 국립공원에 있다. 빙하 및 기후변화에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은 건축가인 스베레 펜이 설계한 죽기 전에 봐야 할 건물로 빙하를 닮은 독특한 형태의 현대 건축물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노르웨이의 영화감독 이보 카프리노가 제작한 빙하와 관련된 영상물 감상한다.
전시물은 1000년 전 만들어진 뵈이야 빙하에서 가져온 빙하 조각 만져보기 체험이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냥 얼음덩어리다. 빙하지대에 건설된 수력발전소 모형, 빙하의 생성원리를 구현한 기계, 3만 년 전에 살았던 메메드의 상아, 1991년 알프스에서 발견된 얼음인간 왓치의 모형, 빙하 속을 재현해 놓은 방이 있다.
눈이 오랜 시간 쌓여 견고하고 단단한 얼음덩이로 햇볕이 파란색은 흡수하지 못해 파랗게 보인다는 빙하.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빙원을 자랑하는 요스테달 빙원은 안개 몽실몽실 빗방울 실어 나르기 바빠 제 모습 보여주지 않는다. 물안개 빙원을 가로질러 구름이 강물처럼 흐르는 오스테달 빙원의 일부 푸른 빙원이라는 뵈이야 빙하가 달리는 차창너머로 던진 질문에 머리는 답을 알고 있다. 편리함에 몸이 기록하지 못할 뿐이다.
피얼란드 빙하박물관
2024년 파리 올림픽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개최된다. 선수촌의 육류 소비를 줄이고 식물성식단 위주로, 숙소는 에어컨 없애고 선풍기로, 선수들 이동 버스도 에어컨 가동하지 않는다. 친환경- 저탄소는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며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올림픽이라고 한다.
사계절이 내 에코 백에는 손수건, 실리콘 컵과 텀블러, 그물망 시장바구니, 없으면 불안해서 책과 도수 높은 돋보기, 내 어깨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 같다. 환경보호 나만의 약속이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힘들게 자랐고 성년이 된 지금도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별별 치료를 다 해보았지만 치유되지 않는 것은 환경적 요인과 지구 온난화라고 뵈이야 빙하가 질책 하는 것 같다.
트레이케스 톨렌 하이킹 때도 위험해 보이지만 자연을 해손시키지 않으려고 그 어디에도 안전망 설치가 없었다. 노르웨이에서는 환경을 살리기 위해 1인 접시 하나만 사용하는 뷔페식당을 곳곳에서 만난다.
노르웨이는 녹색 변화, 녹색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친환경정책 추진 국가라 한다. 빙하박물관도 지구 온난화로 조금씩 사라져 가는 빙하를 안타깝게 생각한 노르웨이 공주가 출자하였다 하니 친환경에 진심인 나라인지 알겠다.
뵈이야 빙하 덩어리
뵈이야 빙하
북유럽의 신 ‘오딘’이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발굽이 부딪혀 생겼다는 전설의 마을 로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케이블카로 손꼽힌다는 스카이리프트 타고 온 호벤 산이다. 산 아래로 보이는 노르 피오르와 로바트네 호수 사이를 낀 산들은 만년설과 흰 구름이 엉킨 웅장함도 그렇다고 빼어나게 존재감 있는 산도 없는 전망대 주변 밋밋함에 120유로(180,000원)의 가치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레스토랑에 앉아 로엔 마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낭만적인 곳? 말발굽 모형에 앉아 기념사진 남기는 것? 스카이리프트 안에서 호벤 산 오르고 내릴 때의 짜릿함? 이곳에 왔다는 도장 찍기 상품일 뿐 어느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다른 관광객의 시선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난 그렇다. 배낭에 꾸려온 납작 복숭아 이곳 공기와 함께 먹으니 상큼하다.
로엔마을
노르 피오르
사진제공: 최영희님
노르 피오르와 노바트네 호수
호벤 산 트레킹 길
레스토랑
로엔마을과 피오르
게이랑 에르의 끝자락 헬레쉴트 폭포수 세차게 내리치는 작은 마을에 행사가 있는지 소란스럽다. 푸드 트럭과 함께 두 번째 자유식 점심은 소시지다. 냉동 소시지가 구워질 때까지의 기다림은 길다. 그들은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다림의 미학을 견디지 못하는 우리가 있다.
헬레쉴트의 쉰뉠벤 교회는 입센이 방문하였다가 영감을 얻어 성직자를 소재로 한 비극 『브란』을 집필한 곳이다. 목사 브란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모든 것을 희생시킨 뒤 잃었던 자존감을 회복하지만 눈사태로 죽는다. ‘죽은 사상과 전통에 반대하는 저항의 개척자’ 입센은 목사 브란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나 보다. 정보부족과 주어진 시간 짧아 마을 탐방할 수 없었지만 입센이 다녀간 곳에 나도 잠시 머물 수 있었다는 만족감이면 된다. 만약 이곳 방문할 여행자는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쉰뉠벤 교회와 입센의 흔적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헬레쉴트 폭포
헬레쉴트 마을
게이랑에르 피오르
헬레쉴트에서 게이랑에르까지 유람선 탄다. 갑판에 앉아 찬 공기 껴안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 피부와 접촉하면서 일으키는 추위를 견디며 외국인들 틈에 끼어 갑판을 고수한다. 500미터 높이의 산들 사이에 형성된 V자형 계곡 게이랑 에르 피오르는 빙하의 압력 때문에 수십만 년 동안 깎여서 만들어진 계곡에 바닷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곳이다. 이 시린 공기와 풍경에 나도 맑아질까 비바람 속 깊숙이 들어서면 피오르가 잘 왔다고 토닥거려 줄까
게이랑에르 서쪽의 ‘일곱 자매 폭포'와 맞은편의 '슈이토르(구혼자) 폭포'가 환하게 다가온다. 폭포 물줄기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개수가 달라진다고 하여 물줄기 세어본다. 크게 세면 다섯개 작은 줄까지 세면 일곱 줄기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폭포를 직접 접하면서 북쪽 산에 살던 일곱 자매에게 차례로 구혼을 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남자의 상처와 그 슬픔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으면 병 모양 폭포 되었을까. 만들어낸 이야기일지라도 이루지 못한 사랑은 슬프다.
일곱자매 폭포
구혼자 폭포
게이랑 에르 마을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구로 지정된 게이랑 에르 일부인 달스니바 산 전망대 발 딛는 순간 망했다. 아름답다고 극찬한 그 어떤 풍경도 보여주지 않는다. 게이랑에르 피오르 구름 속에 갇힌 건지 묻혀 버린 건지 만년설에 포개어진 하얀 눈뿐이다. 산 아래쪽에 비가 오면 이곳은 눈이 내린다고 하니 밤새 눈이 내렸다보다. 바위에 만년설 그 위로 소복인 쌓인 눈. 구름에 가려져 아무것 보이지 않아도 그저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
타인의 시선에 비친 내 모습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따뜻한 눈을 갖고자 내면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오래 동안 바위에 앉아 있다 보면 오롯이 나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모든 고민과 걱정이 뚝 끊길 것 같은, 구름으로 주변 풍경 덮어버린, 내 마음 같아서 언제라도 그리워할 나 혼자만의 기쁨이 되는 여기 달스니바.
달스니바 전망대 가는 길
달스니바 전망대
듀프 호수
아찔한 낭떠러지와 급경사에 좁고 구불구불 한 길은 노르웨이의 속살과 창자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만년설 아래로 펼쳐지는 빙하호수인 듀프 호 파랗게 색칠해두고 비올리 노부부가 운영한다는 산장형 호텔 주변 백야의 산책은 한적한 시골의 고요가 고요를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