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춤사위에 묻어난 슬픔

-백련재·3

by 김민재

겨울비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백련재 문학의 집 상주작가인 박인하 시인과 서망항에서 구입한 문어 주변 식당에서 삶아 점심으로 질근질근 고소함을 더하며 죽림마을 바다가 보이는 카페 ‘공간 9’에서 여유를 마신 후 진도국악원 간다.


국립진도 국악원은 2004년 7월에 개원하였으며 강강술래, 진도씻김굿, 진도 다시래기, 진도 북춤 등 지역민의 문화가 담긴 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전통음악의 보존과 전승 발전시키고 있다.


‘국악이 좋다’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전승되어 온 다양한 음악 문화를 정기적으로 소개하며 국악원을 찾는 관객들이 함께 공감하고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매주 토요일 개최하는 공연으로 우리는 기획공원 안무자전 「디딤」 공연을 본다. 전북지역과 영, 호남의 전통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인 듯하다.


첫 번째로 만나는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복미경 예술 감독의 경남 진주 지역 교방 춤의 흐름을 잇는 ‘김수악류 진주교방굿거리’ 춤이다. 진주 지방의 교방에서 추워지던 춤으로 기방굿거리·수건 춤·입춤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궁중의 각종 연회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었다고 한다.


복미경의 선과 선을 잇는 춤사위가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한 마리의 나비였다가 바람이 되는, 흔들리는 촛불이었다가 붉은빛으로 사라지는, 꿈의 한쪽을 다녀온 듯 몽환 적인 그 춤사위에서 나를 다른 시간으로 이끌고 가며 무아지경에 이르게 한다.


두 번째로 국립민속국악원 안무자 안명주의 ‘이매방류 살풀이춤’이다. 살풀이는 ‘남도 살풀이굿에서 파생된 춤’으로 삶의 내면을 끌어내는 춤사위가 시리도록 애절하다. 한발 한발 내 디딛는 버선발에서 느껴지는 우아함과 절재 된 동작에서 슬픔이 묻어나지만 하얀 옷깃에 여민 몸의 언어에서는 단정하고 화려하지 않은 담백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을 풀고 마음을 정화하는 춤' 그대로 살풀이춤의 본질이 느껴진다.


이번 공연에서 내 가슴을 울리고 전율을 느끼게 한 작품은 ‘진도북춤’이다. 팸플릿 설명으로는 ‘선부리장단-굿거리장단-흘림장단-다스림 장단-자지모리장단-푸너리장단-굿거리장단’으로 구성되었다는 진도북춤. 국립남도국악원 안무자 박기량은 박병천류 ‘진도북춤’과 진도 특유의 장단을 재구성한 ‘진도북춤’을 춘다.


‘박병천류 진도북춤’은 원래 농악 판에서 놀아졌던 북놀이였지만, 그 가락과 춤사위를 다듬어 무대형식으로 승화시켜 무용예술이 된 박병천의 예술세계를 계승한 그의 막내딸 박기량의 ‘진도북춤’은 보고 있는 순간순간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한다. 무거운 북을 메고 추는 그녀의 가녀린 몸에서 나오는 신들린 몸짓에서 따뜻한 슬픔이 묻어남과 동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보여주고 있다.


예쁘다. 아름답다가 아닌 지상의 모든 언어를 다 동원해도 표현되지 않는 그녀만의 춤사위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아버지의 진도북춤을 자기만의 색깔로 새롭게 몸으로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생산성을 가지고 머리로 풀 수 있고, 기법에서도 완성도를 이룬 몇 안 되는 춤꾼’이라 김호연 문화평론가는 말한다.


국립부산국악원 안무자 박숙영은 강태홍류 가야금 산조 가락 위에 춤사위를 얹은 ‘강태홍류 산조춤’과 호남 지역의 독특한 춤사위인 쌍칼을 들고 추는 ‘호남검무’에 이어 진도씻김굿 중 ‘제석굿’인 복개 춤은 또 다른 울림을 준다. 복개란 밥을 담은 그릇의 뚜껑을 말한다. 박기량외 무용단이 추는 복개 춤은 스테인리스 밥뚜껑을 들고 추는 춤으로 산사람의 건강과 영화, 다산 등을 빌어주는 기복무로 주술적이다. 어릴 적 ‘뽀깨뚜껑’으로 불리던 밥뚜껑이 이렇듯 춤으로 승화시킨 진도 씻김굿의 새로움에 나를 적신 공연이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멀리 있었던 나를 불러온, 남도의 장단은 잘 모르지만 느낌으로 전해지는 눈물이 날 정도로 찐한 감동과 여운은 오래 동안 남을 것 같다. 공연 후 진도에서 백련재로 돌아오는 길 겨울비는 소란하지 않으면서 어둠과 함께 고요하게 내리고 있다. 나는 잠시 다른 세상을 살다 온 사람 같아서 나에게 안부를 묻는 겨울밤.


서망항
카페 '공간 9' 서비스
공연 후 출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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