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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Aug 19. 2019

1. 절벽에 핀 어둔 꽃

- 터키 아나톨리아 그 17일

  터키의 작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 빨강』을 읽고 이 작가의 열렬한 애독자가 된 나는 그 이름 따라 오래도록 열망했던 나라. 북쪽은 흑해, 남쪽은 마르마라 해와 에게 해, 남쪽은 지중해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 터키 공화국에 스며들었다.


  이스탄불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트라브존 비행기 착륙하는 활주로 흑해와 마주하고 있다. 카스피 해와 연결되었다가 지각변동으로 분리된 흑해는 산소부족과 플랑크톤이 햇빛을 흡수하여 검은색을 띠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바라보는 흑해는 그냥 짙푸른 바다색 하늘과 맞닿아 있다.  

    

트라브존 비행장

   씹고 씹어도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춤을 춘다. 언어 너머의 언어. 험난하고 아득한 세계에서 방황하고 결핍된 문장을 갈구하면서도 원하는 단어를 찾지 못해 허기진 삶의 연속 상영. 그 안에서 아나톨리아 문명의 시간은 얼마의 나를 일구어 낼 수 있을까. 알 듯 모를 듯 계속 흔들리면서 제 몸 믿고 맡겨 두고 가는 발자국 같은 것. 지금의 여기 나는 문명 답사라는 발자국을 찍는다.    

 

  새로운 이름 낯선 얼굴이 모여 앉은 뜸에 끼여 알틴데르 계곡 입구에서 케밥을 먹는데 숲 헤치고 여름을 싣고 온 새 한 마리 계곡의 물소리 따라 날아간다. 해발 1,200m의 가파른 절벽 테오도시우스 1세 때 아테네 출신 수도사 바르나바스와 소프로니오스에 의해 386년 바위를 쪼아서 만들었다는 수멜라 수도원. 로잔 조약으로 수도사 떠난 수도원은 퇴락. 1972년 박물관으로 복구되면서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지만. 지금도 터키 정부가 복원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복원수리 후 우리가 방문할 때쯤이면 재개관(2019.5)할 거라는 기대를 안고 한발 한발.   

 

  


 절벽에 딱 붙어 천년을 지켜온 믿음의 꽃 길 따라 물소리 길게 눕혀 이른 수도원 외부 계단의 끝 침엽수림 발아래로 쓰러지고 물안개 바람의 설렘 궁굴리며 오른 여기. 내부는 아직도 공사 중 관람할 할 수 없는 안타까움 한 가득 끌어안고 바라보는.

 내 것 같지 않아 늘 망설이는 시처럼 프레스코 성화 또한 내게 담을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카메라 렌즈 끝까지 당겨 본다. 아슴히 잡히는 수도원 입구. 수도원 내부로 들어가면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의 잉태 사실을 알려 주는. 예수의 12제자, 예수의 승천, 성모 마리아의 죽음 등이 있다지만 볼 수 없고. 이슬람 시대를 거치면서 훼손된 부분 보인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낙서까지도 보이지 않는다.

 발뒤꿈치 올려보지만 아득한 벽면 닿을 듯 닿지 않아 수도원 내부 미개방의 72개 방 문고리 자꾸 뒷목을 잡는다.  개방되지 않은 방안 가득 그들이 찾고 꿈꾸고자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가 자꾸 말을 건다.    


수멜라 수도원

    비잔틴 시대의 마지막 도시 트라브존 시내 13세기 마누엘 1세 시대에 건설되었다는 하기야 소피야 성당은 흑해의 수평선이 손잡고 있다. 비잔틴 시대 후반 아폴로 신전에 있던 언덕에 지어졌다는 성스런 예지의 교회. 조지아와 셀주크 투르크 영향을 받아 설계되었다는 성당은 15세기 오스만 재국 점령 후 교회에서 모스크로 변경되었다 한다. 세계 1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는 탄약고와 병원으로 사용되었고 19세 중반 복원되어 박물관 된 성당.

 

 천정화의 프레스코 사자, 황소, 독수리, 인간 등 사복음서와 여섯 날개 천사 스라핌이 선명하게 우리를 반긴다.

예수와 마리아. 제자들과 천사들의 모습. 깨지고 벗겨지고 상처투성이의 프레스코 화 다른 꿈으로 가기 위해 휘어지고 싶었을까 내 마음처럼.     

 

하기야 소피아 성당

 


  호텔로 돌아와 여유로운 시간을 흑해의 모래사장에 새긴다. 그리스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이집트 문명이 충돌하고, 아시아와 유럽이 충돌하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충돌하는 터키의 역사 그 이름의 배를 타고 온  이곳의 매력에 노을과 함께 흑해 깊숙이 빨려간다.      

흑해의 노을
악마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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