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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Aug 25. 2019

2. 폰투스 산맥을 가로질러

--아나톨리아 그 17일


   북쪽은 폰투스 산맥 남쪽은 토로스 산맥 동서로 뻗은 고원 분지 아나톨리아의 등뼈를 가로지른다. 흑해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 터키 북동부에 위치한 오스만 튀르크의 천년의 땅 바이부르트. 실크로드의 요충지였으며 비잔틴 시대에 건설된 요새가 남아 있다는 도시로 들어서기 전 경찰은 검문 그리고 우리의 여권을 회수해 간다. 이렇듯 이란과 시리아와 인접한 국경 도시 나갈 때 검문은 필수 여권과 얼굴 대조는 기본이다.    

  

   2015년 2월. 터키는 세계에서 가장 시리아 난민을 많이 받은 국가다. 20만 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을 수용했고, 난민을 지원하는데 60억 이상을 쓰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시리아와 터키의 국경지역의 22개 터키 국가지원 난민캠프에서 지내고 있는데 임시보호 상태에 등록되면 터키 정부에 의해 건강과 교육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난민 3분의 1일 등록되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혹 관광차에 시리아 난민이 타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의 여권 검사. 잘못한 것은 없지만 이렇게 검문을 받을 때는 두려움과 호기심과 불안감이 비벼진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도로변 경찰의 무거운 얼굴이 그을리고 있다.  

       



  투명한 하늘과 산 위에 앉은 구름 그림자 바다를 이루고 잔잔히 흐르는 밀밭의 황금빛은 여행자의 가슴을 우려내고 있다. 가는 길이 주는 푸름. 군데군데 솟아 몸 자랑하는 노란 야생화. 견과류의 맛과 오전이 구름으로 흘러가고 간간히 스쳐가는 모스크의 눈짓이 마음 멎게 하는 고갯길에서 만난 승전 탑 붉은 터키 국기가 펄럭이며 계단 끝 뭉개 구름들 마구 내게로 달려온다.   

    

   로마 시대, 셀주크 시대, 오스만 제국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 쉬고 있으며 개방과 보수가 대비되는 도시. 고대 왕국의 중심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에르주룸. 흑해 지역과 페르시아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 올투 강, 아라스 강, 유프라테스강의 상류 발원지이자 19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에르주룸. 아직도 비잔틴 제국 때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지은 성채가 남아있다는 성채 가보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먹는 점심 꼬챙이 꽂아진 케밥. 오래 기억에 담아 두고 쌍둥이 첨탑이 있는 치프 테 미나 렐리 사원 안 아랍 신학교 빈 방 기웃거리다 카르스 간다.      


  해발 2000m 고지를 비가 달린다. 구름이 붙잡는다. 야생화도 함께 뛴다. 목초지에 마음 하나 앉혀놓고 아라스 강줄기 따라가는 델리 바바 바위 절벽 지나온 길 다시 가는 폭우로 인한 기사님 실수를 아는지 초록의 밀과 보라의 야생화 사이로 쌍무지개 뜨는 초원을 물안개가 가로막고 있다.    

   

  눈(雪)의 도시 카르스는 중세 아르메니아 왕국의 수도였다가 셀주크 투르크로 다시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 러시아-튀르크 전쟁 때 러시아군이 점령 다시 제1차 세계대전 때 터키가 탈환. 제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가 카르스를 원했으나 미국과 영국의 도움으로 터키 땅이 된 아르메니아 국경도시 중 규모가 크다. (김성교수의 아나톨리아 답사 교재 참조)


  오르한 파묵의 『눈(kor)』은 폭설로 길이 차단된 터키의 외딴 국경 도시 카르스에서 현대화를 지향하는 케말 주의자들과 보수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간의 충돌, 사흘 만에 막을 내린 국지적인 쿠데타를 그린 소설이다.  신과 인간 간의 계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아름다운 설경을 무대로 카르스 역사, 문화 그리고 거리 곳곳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니(Ain) 유적지를 가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장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두루두루 둘러볼 수 없어 아쉽다.

     

  한 권의 소설이면서 한 편의 시가 되는 책 『눈』 프랑스의 막상스 페르민 작가는 눈의 다섯 가지 특징을 아버지와 아들의 말을 빌리고 있다.

 하얗다,  자연을 얼려서 보존한다,  계속 변한다,  표면이 미끄럽다, 물이 된다 - 시가되고  그림이 되고 서예가 되고  춤이되고 음악이 되는 눈  

                    

  눈(kar)의 고장에 오니 갑자기 눈(雪)에 관한 작품들이 너울너울. 야생화 들판을 하루 종일 눈(目)에 넣고 와서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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