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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Oct 28. 2019

10. 먼지로 날다

--고르디온,  터키 그 17일


고르디온      

 

팍톨로스 강 

전설로 남은 미다스 왕 황금 간곳없다

드넓은 초록 평원 한 귀퉁이 

지렁이처럼 몸 바꾼 실개천 

쳐진 나무와 물풀에 웅크리고 있다     


고르디온의 성채 막는 녹슨 철조망 

양은냄비처럼 찌그러진 안내판 뚫고

잡풀 속 오르면 무너진 벽에서 흐르는

방울방울 오델리아의 눈물 

 

고르디온의 매듭 푼

흙벽돌 축대 깊고 좁은 막다른 성채  

알렉산드로스 간곳없고 

전설이 된 정복자의 혼령만이

복원 중인 유적지 서성인다     


그늘 없는 구릉 위 바람마저 침묵이다   

  

주인 잃은 채  

문명의 발자국 잡아당기는

프리기아 수도 

사라진 왕국의 비파소리 

평원을 적시고 

불멸의 이름 옹알이다가

눈물은 팍톨로스 줄기 따라간다  


         

미다스왕릉
미다스왕릉



고르디온 박물관

지평선의 그 어디쯤. 이천 년을 지켜온 목조 묘실 구조물 견고히 지키고 있는 미다스 왕릉 입구 돌 축대 깊숙이 스며들면 2,300년이나 견딘 나무의 무게 철 기둥 나사에 박혀있다.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는 손을 가졌던 미다스 무덤 발굴 당시 왕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였으나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먼지가 되어 날아가고 앙상한 뼈들만 남아있었다 하니. 그 무엇도 순간의 먼지일 뿐. 우리 삶 또한 순간인 것을 황금만능 자본주의의 허상인 것을. 지금 미다스 왕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무토막 켜켜이 쌓여 올린 시간만큼이나 마음은 안갯속이다.  


 고르디온 박물관 수리 중 입장할 수 없고 입구에 줄지어 있는 유물 그중 하얀 석관과 수북이 쌓여 있는 붉은 기와를 받혀주는 코스모스 건들건들 거들먹거리는 폼이 꼭 동네 건달 같다. 아니 장단 맞춰 읊조리는 음표 같다. 벽 한쪽을 지키고 있는 연장들 보수 중임을 말하고 있다.  프리기아 왕국의 수도 고르디온 성채 녹슨 가시철조망에 잡풀 질척이는 구릉지. 뜨거운 해를 이고 인부들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인적 없는 자동차조차 보이지 않는 텅 빈 도로 그리고 드넓은 평원 사이로 흐르는 실개천 사카리야 강. 미다스 왕이 손 씻은 팍톨로스 사금의 강은 어디쯤일까.      

       



 타일의 도시 이즈닉.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비잔틴 시대의 니케아 성벽 에돌아 3중으로 된 레프케 성문 바라보고 있으려니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불안감은 얼마나 컸을까 무너져 내린 성벽만큼이나 맘 졸이고 졸여 잼이 되었을 것 같은. 풍랑과 풍랑을 넘어 너울너울 파랑이 되었을 같은. 

    

 동서남북의 도로가 만나는 교차점에 타일로 장식한 시계탑 우뚝 서서 이즈닉을 알리고 있다.

그 옆으로 빛바랜 오렌지 빛 지붕과 연두색 이즈닉 글자 야자수 나무와 어우러져 있는 아야 소피아 성당. 니케아 공의회 논쟁의 장소 들어서는 입구부터 지진으로 벽돌 떨어져 나가고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를 말하고 있다. 허름한 성당 안은 무슬림에 의해 무참히 긁히고 뜯긴 채 그 어떤 성화도 남아있지 않은 음산한 기운만이 성당 안을 감싸 안고 있다. 다만 정면의 둥근 공간이 바실리카 양식의 성당이었음을, 메카 방향으로 방향을 돌린 바닥의 붉은 카펫이 이슬람 사원임을 말하고 있다.   

   

 타일 공방 거리를 걷는다. 고요, 그림자마저 보이지 않는 무거운 유령 도시 같다. 타일 공예품 하나 물어가고 싶은 마음에 점심시간까지 쪼개고 쪼개는 샘들의 바쁜 발길 헤매고 있다. 원하는 기념품 챙기고 싶은 마음 주워 들고 철 울타리 쳐진 돌무더기 로마극장 빙 둘러 나오는데 올리브 나무 푸른 열매 같은 아쉬움 주렁주렁 달고, 이즈닉 호숫가 물속에 잠든 유적 어디쯤일까 헤아리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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