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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Nov 04. 2019

11. 등 바라기

- 보아즈 칼레, 하투샤, 아니톨리아 그  17일

 초룸 가는 황금빛 밀밭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다. 끝없이 열 지어 행군하는 녹색 제복에 황금투구로 빗나는 해바라기 부대들, 부끄러워 고개 숙인 채 노란빛을 띤 꽃가루로 하늘거린다. 그래도 뭐가 부족한지 등 돌려버린 등 바라기 헝클어진 머리카락 찰랑이듯 바람 쓸어안고 달리는 버스 따라 온다. 


  이집트 콩으로 유명하다는 초룸 남쪽 45Km 지점 알라자 회윅 앞 제의에 사용했던 커다란 태양판 상징적으로 서있고 다른 꿈으로 가기 위한 커다란 개들이 깜박깜박 졸고 있다. 입구 들어서니 푸른 잔디 위로 끝물의 장미꽃 흐느낌이 묻어난 외투 속 얼룩 같다. 드넓은 고대 유적지 돌무더기만 뒹굴고 황량하기만 하다. 여기 찾아오는 사람 드물어선지 반갑다는 인사 얼룩이 대신하는 듯.      

  


 히타이트 인은 어디에서 왔으며 다른 민족과의 관계가 어떠했는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한다. 오늘날의 학자들은 발상지가 투 루키스 탄이며 그리스인과 연관 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언어는 인도, 유럽어족에 속해 있다고 한다.     


 기원전 1600년 무렵 히타이트 왕국은 아나톨리아 반도 대부분과 이집트 시리아 북부까지 제국을 넓힌 민족이다. 기원전 15세기에는 강력한 왕권을 확립. 이집트 람세스 2세와 싸움에서 뛰어난 기마 전술과 철기의 사용으로 히타이트 대제국을 이루게 된다. 적군이 무서워했던 무기는 가볍고 빠른 전차였으니, 히타이트 최초의 아니타 대왕은 전차로 전쟁에 승리한다. 그러나 기원전 12세기경 새로운 철기 민족의 침입을 받은 히타이트 제국은 갑자기 붕괴되고,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던 히타이트 민족은 기원전 717년 아시리아의 아르곤 2세에 의해 완전히 멸망한다. 그러나 히타이트 인을 통해 메소포타미아의 문화가 가나안인과 에게 해 지역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참고: 서양문명의 역사)     

 


 무너진 성벽 간 곳 없고 그때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저 묵묵히 자리 지키고 있는 스핑크스 성문 붉은 옷 입은 듯 세월의 덧께로 물들어 있으며, 성문 아래 히타이트 제국 때 제작된 성벽 부조 주인 잃은 슬픔인지 아픔인지 모를 쓸쓸함으로 묻어난다. 서아시아 최대의 건축물이라는 스핑크스 성벽 부조 이끼 머금고 하늘의 구름 그림자는 얼굴을 내려놓고 있다.     

 

 알라자 회윅의 고대 지명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초기 청동기가 시작되면서 이곳은 하티 문명의 중심이 되었다는 돌무더기들만 부스럭거리고 있다. 차마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그림자만이 융성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듯 유령처럼 어른거린다. 양귀비꽃들 메마른 자갈 갈밭 뒹굴다 멈춘 유혹하는 성터 불 밝히고 바람의 유적지 계단 절름발이로 불안전한 시간을 오르다 만다.    

    

 왕실 무덤 철기로 만든 단검을 비롯 동물의 뼈 등 각종 부장품들 사각의 무덤 군 유리에 덮여있다. 아기가 웅크리는 모습의 시체가 남쪽을 바라보는 형태로 묻혀있는 모습. 무덤 군 나와 작은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들 휘익.      


 

 

 인류 최초 철기를 썼다는 히타이트 제국의 수도였던 하투샤. 6km가 넘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메트로폴리스 보아즈 칼레 언덕 위로 먹구름 자박자박 내려앉는다. 하부 도시 대 신전 터. 좌우에 사자머리가 두 개씩 총 네 개가 조각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하나만 남아서 흰 구름과 노닐고 있는 석관 앞 그리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초록색의 옥석. 유적지임을 잠시 잊은 듯 의자처럼 앉아 있다 들킨 자의 무안함이 잠시 신전을 지킨다.

     

 언덕을 오르면 상부 도시. 악마로부터 도시를 보호해준다는 사자 문의 사자 복제품이 꼭 사자 같지 않아서 혼자 픽 웃어본다. 너무 조잡하다 보니 그렇게 보였을까. 


 성 안쪽과 바깥쪽을 통하는 지하도로 큰 성벽을 가로질러 만들어 놓은 예르 카프 지하 문은 전쟁에서 돌아오는 군인들이 이 문을 통과했다 한다. 터널 어둠 뚫고 나오면 피라미드처럼 돌로 축성한 석축 요새. 성벽 계단 오르면 계단 돌 뜸 새낀 푸른 잡풀들 보다 더 어색하고 조잡한 왕의 문 지키는 병사. 철기시대 히타이트를 상징하는 철재 무기를 들고 있다. 스핑크스 문 지나니 참았던 울음 터트리는 빗줄기 우산에 가두며 오르다 만난 철망 문. 손 닿을 수 없도록 철문에 갇힌 채 기다림 먼저 배워버린 사각의 바위에 새겨진 설형문자. 비바람을 견딘 히타이트 마지막 왕의 선물 철망 문안에서 숨 쉬고 있다.    

  

 

 히타이트 인들이 제사를 지냈던 성스러운 바위 신전에 새겨진 부조가 예술적인 야즐르 카야는 비문이 새겨진 바위산. 바위 절벽 고깔모자에 치마 입은 12개의 부조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신들의 행진. 안으로 들어갈수록 자연적 마모로 인해 바위 금이 가고 흐릿한 부조가 있지만 매우 흥미로운 조각품 내면의 세계까지 넘볼 수 없지만 살아 움직이는 듯 율동적인 아름다움이 가슴속으로 달콤하게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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