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의 위로
가을이 지나가는 땅에 누워보니
계절이 지나가는 소리가
나를 지나간다
잎이 떨어지는 소리는 크게 울리며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미련 없이 안착한다
새들은 동이 트기 전에
부지런히 그날의 수다를 끝내고 침묵에 들어간다
침묵 전 요란한 모임은
이상하게도 시끄럽지 않았다
지나간 슬픔들도 저마다 소리를 내며
마음속 생채기에 아는 체를 한다
어딘가에 숨었다가 땅에 귀를 댄 순간에 찾아오는
슬픔들
신기하게도 떨어지는 가을 잎이
슬픔들에 가서 박히고
이미 먼저 내려와 있던 잎들과
파란 동풍에 일제히 구르기를 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저 앞으로 굴러간다
목적지도 종착역이란 것도 없이 구르는 것들엔
건조한 슬픔이 바스락거렸다
가을산에 다녀왔습니다. 색색의 가을잎들이 오가는 사람들에게 계절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문득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이 한없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구독자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가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