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에서 단상 하나
쇼팽의 녹턴을 듣고 있다. 녹턴은 청명한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녹턴의 아름다운 선율이 피아노와 만나 부드럽게 흐르는 듯하다. 눈부신 여름 햇살과 찬란한 밖의 풍경들이 피아노 건반을 타고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듯도 하고. 그런저런 이유로 여름의 끝에서 쇼팽의 녹턴을 듣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 강원도의 깊은 숲으로 캠핑을 가던 때에도 내 귓가에 쇼팽의 피아노 곡이 흘렀던 것 같다. 곡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푸른 잎들 사이로 음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것 같아 신비로웠던 생각이 난다.
아주 오랜만에 창문을 활짝 열고 있다. 창을 열어두니 매미 소리가 쏟아지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드나들고 있다. 새벽에 약간 내린 비 덕분인지 처서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덥지 않고 보송하고 깨끗한 여름이다. 나는 녹차처럼 맑은 이 여름을 사랑하기로 했다.
새로운 다기를 들였다. 제주에 갔을 때 머물렀던 곳에 마침 다기가 있어 아침마다 녹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는 동안 마음을 비우고 또 마음을 채우는 느낌을 받았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기분이었다. 돌아와서도 아침이면 자주 녹차를 마시면서 제주에서와 비슷한 다기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마침 여름휴가가 끝나기 전인 오늘 다기가 도착해서 차를 우려 보았다. 따뜻한 녹차를 마시는 시간은 어느 때라도 평화롭다. 평화를 찾기 위해 차를 마시는 것일지도. 아무튼 나는 차 한잔과 쇼팽의 녹턴으로 그리웠던 그때, 그 장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