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우린 연민을 주고받습니다.
까만 밤 검은 눈 뜨고 고요를 지켜주는 새를 보고
푸른 깃털 아래 뛰는 새의 심장에 안심을 한다
새는 날지 못하는 나를 애처로워한다
어쩌다 깃털 하나 없이 살게 되었을까
마른 내 어깨를 자박자박 걸어 다닌다
새의 세계는 사람의 공간이다
한낮의 공간은 적막하다
새는 한낮의 고독을 어떻게 견디는 걸까
문을 열어도 밖으로 날아가지 않는 새가 애처로워
사람은 자주 새장을 열어둔다
분명 새와 사람은 서로를
돌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앵무새는 사람의 언어를 곧잘 따라 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의 언어를 따라 하는 새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앵이를 키우며 알게 되었다. 앵이는 말을 흉내 내지는 않고, 가끔 어깨에 앉아서 저만의 언어로 가릉가릉 거리며 지저귄다. 그러다 창 밖에 새들의 소리가 들리면 "나도 여기 있어요" 하는 듯 볼륨을 약간 높여 지저귀곤 한다. 그 외에는 까만 눈으로 우리가 뭐하는지 가만히 바라봐준다. 그리고 우리의 말을 경청해준다.
한 번은 아들이 "앵아, 넌 참 좋겠다. 학교도 안 가도 되고. 문제집도 안 풀어도 되고, 나도 너처럼 놀고 싶어" 하며 부럽다고 말을 거는데 앵이는 꼬마 나름의 하소연을 아주 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이야기 할 때 상대의 고요한 눈이 진지하게 우리를 향하면 말을 함과 동시에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가끔 한밤중에 깨어 물을 마시러 나갈 때 새장 곁을 지나가다 보면 깨어있는 앵이의 검은 눈동자를 마주한다. 언제부터 일어나 있었던 거니 물어보고 싶지만 앵이는 말이 없이 어둠을 향해 눈을 뜨고 있다. 그렇게 일어나 있어도 다들 잠든 밤에는 단 한 번도 지저귀거나 소란스럽게 한 일이 없다. 그럴 땐 우리의 밤을 지켜주는 것만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낮에는 가족들이 일터로, 학교로 가고 나면 앵이 혼자 새장에 남아 있는데 가끔은 앵이가 그 적막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진다. 앵이도 우리가 궁금하겠지. 어딜 그렇게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지.
"앵아, 우리는 안락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매일 떠나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