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윙컷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요
내 발톱은 갈고리 같아 당신 목덜미에 생채기를 내죠
그건 실수였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난 기억하지 못해요
순식간에 당신의 머리보다 높은 곳에서 당신을 내려다봐요
당신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요
내가 다르다는 것을 어쩌면 나는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의 찻잔에 수없이 혀를 데면서도 언제나 찻물을 마셔요
어쩌면 내가 당신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아요
난 충분히 착각할 수도 있어요
다르다는 것과 같다는 것은 뭐죠?
우린 서로의 눈꺼풀을 열어 눈동자를 마주쳐요
나의 날개를 자르지 마세요
순간의 비행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 심장은 뛰고 있으니까요
몇 달이 지나자 앵이는 날기 시작했다. 새의 날개는 금방 자라서 집안 여기저기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날아다니기 시작하니 저도 신이 나는지 호기심을 장전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을 즐기는 것 같았다. 스마트 폰을 보거나 책을 볼 때면 언제나 날아와서 "뭘 보고 있나요?" 한다. 전자책을 볼 때는 괜찮은데 종이책을 보고 있노라면 책을 부리로 쪼아서 구멍을 내기 일쑤라 앵이가 있을 때는 종이책을 조심해야 한다. 마음대로 날다 보니 어느새 나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이를테면 에어컨 위나 책장 위, 화장대 꼭대기, 싱크대 후드 등- 밑에 있는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자주 우리의 어깨 위에 올라가서 함께 집안 구석구석을 다닌다.
그러다 보면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한 번은 화장대 꼭대기에 올라간 것을 모르고 화장대 문을 닫다가 앵이 발이 문에 끼여 상처가 생겨 피가 난 적도 있다.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하다가 애완조 카페에서 상처에 바르는 연고도 괜찮다고 함께 걱정해주셔서 용케 지난 간 일도 있다. 그리고 제법 뜨거운 찻잔에 부리를 데는 일도 잦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이 윙컷을 권해왔다. 윙컷은 새의 비행깃을 5~6장 정도 자르는 것으로 너무 적게 자르면 비행하는데 문제가 없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자르면 잘 날지 못하고 바닥으로 꼬꾸라질 수 있다고 한다. 적당히 윙컷을 하면 새가 여기저기 날아다녀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윙컷을 해주는 동물병원까지 알아보고 윙컷을 시킬까 했지만 결론은 윙컷은 하지 않기로 했다. 많은 생각 끝에 결정을 내린 것. 대신 식사 준비할 때, 식사 시간이나 우리가 외출하거나 그밖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새장에 앵이를 두기로 했다. 다행히 앵이와 함께한 지 만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앵이는 윙컷 없이도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그 덕에 새도 취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집에서도 앵이가 자주 다니는 곳들이 있더라. 새장에 있을 때도 지겹지 않도록 놀잇감도 넣어주고. 아무튼 앵이는 날개를 자르지 않아도 잘 지낸다. 그리고 앵이는 자주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만든다. 함께 지내는 동물로부터 영감과 위안을 받는 것. 그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