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상담을 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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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생님께 편지를 써보려 해요. 선생님을 뵐 때면 매번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아 이 기분 안에서 느끼고 떠올리는 것들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작은 사소한 다툼 아닌 다툼이에요. 어느 순간에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흐르더니 그치질 않는 거예요. 그냥 그렇게 흘리고 있다 보니 우울 속으로 몸이 침잠하고 또 침잠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눈물이 그쳤는데 도저히 마음을 전환할 여력이 생기질 않았어요. 그래서 가만히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핸드폰을 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이내 그럴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너무 슬픈데 이유를 모르겠어서 어려웠습니다.
이를 닦고 자려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갑작스레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기어이 양치를 마치고 누우니 저를 어떻게든 하고 싶은 충동이 들어 이마를 손목이 아프도록 쾅쾅 쳤어요. 그러니 좀 나아 뺨도 한 번 때렸어요. 그러니 눈물이 더 콸콸 쏟아지더라고요. 그리고는 약을 먹었습니다.
-2-
선생님, 오랜만에 잠을 깊이 잤습니다. 중간에 깨지 않고 깊이 일고여덟 시간을 잔 게 몇 달만인지 모르겠어요. 심지어는 조금 뒤 낮잠도 잤습니다. 두어 번 자서 족히 세 시간은 더 잔 것 같네요.
그렇지만 여전히 우울감이 온몸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무력감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밥 먹을 때 깨작대며 먹는 것과 화장실 가는 것과 제시간에 자리에 눕는 것. 간간히 생기는 약속에 나가 하하 호호 웃고 떠들며 놀고 너덜거리며 집에 돌아오는 것. 그런 것뿐입니다. 약속은 취소할 줄을 몰라서 그렇지 만약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느 곳도 나가지 않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숨 쉬는 게 조금 버겁습니다. 조금이라는 말이 습관이에요. 누군가는 더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요. 그냥 버겁습니다. 약을 꾸준히 잘 먹고 있는데도 이렇게 버거운 건 버거운 게 맞겠죠. 속이 답답하고 어느 땐 갑자기 허기가 져서 마구 무언갈 입에 쑤셔 넣고 와그작와그작 씹어봅니다.
방학이 끝나가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