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별건가, 그냥 쓰면 글이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이다.
이 책으로 하루 한 줄 필사를 시작했다.
정소령 작가님의 나.찾.기 글쓰기의 애프터 프로젝트에 참여한 덕이다.
덕분에 너무나도 무거운 책장을 겨우 겨우 들어 올린다.
시작이 어렵지 책장을 펴면 술술 넘어가는 이 기분이 좋다.
어린이를 보는 작가의 시각과 관찰이 탐이 난다.
눈을 둘 곳이 매우 한정적인 지금 나의 상황이 조금 속상하기도 하다.
요즘은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귀하다.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들이 뒤죽박죽 섞여 '바쁘다 바빠'를 외친다.
정신을 집중해서 그것들의 순서를 나누는 게 나의 일이다.
적고 또 적고.
책상 이곳저곳 매일 할 일을 적은 작은 메모지가 널려있다.
머릿속 상념들이 A4용지로 태어나 흩어져 있다.
언젠가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라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항상 중간이 힘들다. 조금 살아보니 그렇다.
균형 잡힌 삶은 아주 커다란 숙제다.
숙제는 매일 새로 만들어지고
그걸 해결해야 하는 나는 한 명이다.
내 몸 하나에 걸쳐진 미션들은 줄줄이 소시지 같다.
그것이 정말로 소시지라면 와구와구 먹어버릴 텐데
이젠 나이가 들어선 지 소시지도 그 전만큼 먹히질 않는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주제이지만
주어진 것들을 모두 잘 해내고 싶다.
가득 찬 마음을 발 밑에 내려놓았다가도
뒤로는 슬며시 주워 올린다.
내가 남이라면 조금 더 관대했을 텐데,
그래도 요즘은 스스로에게 호통을 치지는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칭찬을 해줘야 할까?
잘하고자 하는 모든 마음을 내려두려고 애써 노력한다.
너무 잘 살아보려고 애쓰지도 말고
너무 행복하기만 하려고도 하지 말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읽고, 적당히 살자고 마음먹는다.
백만 스물두 번째 다짐.
'나 답게'와 '되고 싶은 나' 사이에서
정처 없이 헤매다 자꾸만 길을 잃는다.
다행인 것은
이제 쭈그려 앉아있지 않고 흩어진 힌트들을 찾으려 한다는 것.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의 답을 하나씩 주워 모으고 있다.
내 안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발견할 수 없었던 그것이
실은 내 발치에, 오가는 길목에 하나 둘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저 걸으며
그것을 주워 모아가면 그만이겠지.
다만 눈이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나의 조각이 조금 더 반짝여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