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 시간 매일 글쓰기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가끔은 내가 아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부지런해져야지' 다짐한다.
거의 모든 순간에 스승이 되는 나의 아이들.
6살 첫째 아이는 2022년을 코 앞에 두고 앞니를 한 개 잃고, 또 얻었다.
이가 늦게 난 편이라 영구치도 느지막이 날 줄 알았지만 웬걸.
양치를 시키던 남편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 "이가 났어!"를 외쳤다.
작은 입 속을 들여다보니 아직 흔들리지 않는 앞니 뒤로 빼꼼히 영구치가 고개를 내밀었다.
덩달아 놀란 아이를 앉혀두고'아기 이'와 '언니 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끝으로 두 이가 한 자리를 두고 서로 싸우지 않게 치과에 가서 '아기 이'를 뽑아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이 되었을까? 아이의 표정을 살폈다.
그다음부터는 부모의 영역이다.
적당한 치과를 서치하고 예약하고 실어 나르는 일.
아이가 불안하지 않게 눈높이에 맞추어 재차 설명하되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일.
아이가 치과 베드에 누워서도 의지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주는 일.
이럴 때 느긋한 나의 성격이 빛을 발한다.
엑스레이 사진 상 옆으로 조금 누워있는 아이의 또 다른 '언니 앞니'와
처음 보는 웃음가스의 등장으로 조금 불안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둘째의 반대교합 진단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 담담히 받아들였다.
지겹다는 이야기를 습관처럼 내뱉는 요즘이지만
크고 작은 일들이 팝콘처럼 튀어 오른다.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잔 큰 아이는 새벽같이 일어났다.
봉투에 든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흔들어 보이며 방긋 웃던 첫째는 그대로 식탁 위에 얹어두고 소파에 앉았다.
나와 남편은 그 모습을 보고 한 번 웃었다.
그리고 미리 사다 둔 돼지 저금통 3개에 그 돈을 넣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다이소에서 산 500원짜리 돼지 저금통 3개.
아이가 네임펜을 집어 들고 하나씩 하나씩 이름을 적었다.
하나는 기부
하나는 큰 아이 이름
하나는 둘째 아이 이름
기존에 하나 있던 저금통은 미국 여행을 가기 위해 모으는 것으로 정했다. (미국 여행은 큰 아이의 소원이다.)
이렇게 우리 집에는 4개의 저금통이 생겼고 그중에 두 개의 저금통은 요정의 선물을 받았다.
동생과 사이좋게 천 원씩 나눠가진 아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텅 비어있는 기부 저금통은 어떻게 채우는 게 좋을지 잠깐 고민을 했다.
글을 쓰려면 나를 읽어야 한다.
내게서 떨어져 나온 아이 둘을 넷플릭스에 잠깐 맡겨두고 쓰는 글은 분주하다.
나와 닮은 작디작은 아이 둘에게 자꾸만 눈과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오늘의 숙제는 분주하게 마무리 하자.
분주한 내 마음도 글도 지극히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