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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왜 샤워할 때 노래를 하나요

대충 사는 상담사의 일상

딸아이에게는 불만이 있다. 오빠가 샤워를 할 때마다 노래를 해서 시끄럽다는 것이다. 딸아이의 말을 듣고 남자들은 왜 샤워를 할 때 노래를 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많은 남자들이 노래를 하나? 뭐 전수조사를 해 본 것도 아니고 전체 남성의 몇 퍼센트가 샤워를 하면서 노래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남자들이 샤워를 하면서 노래를 하는 경우를 제법 본 듯하다. 맘카페에도 중고등 아들이, 남편이 욕실에서 샤워를 하며 노래를 한다는 경험담이 종종 올라오는 걸 보면 어느 정도는 남자들의 흔한 행동습성인 듯하다. 여성이 샤워하면서 노래하는 장면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없진 않겠지만 말이다. 남성의 경우 10대 청소년부터 2~30대 청년, 40대 중년 정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샤워를 하면서 노래를 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노년기 남성은 비율이 떨어지지 않나 짐작해 본다. 


자, 그럼 남자들은 왜 샤워할 때 노래를 하는 것일까?


우선 화장실에서 노래를 하면 꽤 잘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화장실은 밀폐된 작은 공간이어서 소리가 울리게 되고 이곳에서 노래를 하면 벽과 바닥이 음향을 반사해 주어서 거실이나 다른 곳에서 노래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하는 것으로 들린다. 자신의 노래가 꽤 괜찮게 들리는 공간이 화장실이기 때문에 샤워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게 되면 자신의 노래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아진다. 


그럼 남자들은 왜 자신의 노래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싶을까? 남자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은 거울을 볼 때 "꽤 괜찮은데?"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여자들은 거울을 볼 때 "여기도 부족하고 저기도 마음에 안 들어."라고 하면서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남성들은 사실보다 더 괜찮다고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여성들은 사실보다 더 열등하다고 부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생각한다는 것이다.  맞은편에서 커플이 다가올 때 남성은 여성을 바라보고 여성도 여성을 바라본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남자는 자신이 괜찮은 남자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여성에게 눈길이 가는 것이고 여성은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서 새로운 남성보다는 다른 여성은 어떠한지를 살피려 여성에게 시선이 간다는 실험내용이었다. 


남성들은 자신이 실제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능력 있고 외모도 이만하면 잘 생겼고 노래도 이만하면 잘 부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노래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욕실에서 샤워하는 동안 노래를 부르며 마음껏 자기애를 만끽한다. 욕실은 이런 자기애가 충만해질 수 있는 공간이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얼굴은 잘생겼고 벗은 몸의 근육도 꽤 괜찮아 보인다. 자신의 육체에 대한 시각적 자극과 노래라는 청각적 자극이 합쳐져서 자기애 충만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아정체감 형성기인 청소년기, 청년기의 남성들이 특히 샤워 중 노래를 하는 행동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남자들은 자신이 꽤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계속해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뭐야, 그럼 자의식 과잉이야?"라고 폄하할 일은 아니다. 남성이 세상과 자신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힘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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