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훔쳐가는 행복도둑을 잡아라
기분이란 건 참 묘하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그동안 '오늘을 훔쳐가는 행복도둑을 잡아라'를 쓰지 못했다. 왜 쓰지 못했을까를 돌아보니 즐겁고 행복한 일을 써야 하는데 그만큼 충분히 행복한 일이 없어서 적절한 글감을 찾지 못한 거 같다. 그런데 이것도 곰곰 생각해 보니 일종의 강박이다.
우리는 왜 꼭 행복해야만 할까?
반드시 행복하지 않아도, 그저 그런 하루가 더 많은 거 아닐까?
하루를 돌아보았을 때 그럭저럭 잘 지냈다 싶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
나의 노력으로 뭔가 내 마음을 행복한 쪽으로, 괜찮은 쪽으로 바꾸고 그런 변화가 있어야지 보람찬 하루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내 무의식 어딘지 깊이 깔려 있나 보다. 분명 사소한 감사의 순간들이 많았는데 말이다. 어제만 해도 점심 먹고 사무실 근처 산책을 하는데 햇살이 너무 화창한 거다. 4월의 공기는 또 얼마나 쾌적한가. 불어오는 바람도 청량하고 기분이 좋았다. 오전에 꾸물꾸물 흐리던 하늘이 점심때 쨍하고 화창하게 개어서 더 기분이 좋았던 거 같다. 이런 순간들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하다.
가끔 기분이 처지는 날도 있다. 뿌리 깊은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타이밍이다. 우울한 나도 힘없는 나도 내 모습이니 어쩌겠나. 오늘은 기분이 꿀꿀하지만 그런 날도 있는 거지 하면서 꿀꿀한 나와 대화를 나누어 본다.
쉬고 싶어? 멍 때리고 싶어? 그럼 좀 앉아 있자. 쉬자. 자도 괜찮아. 늘어져 있는 것도 좋지. 네가 다시 뭘 하고 싶으면 그때 하자. 지금은 누워 있을래.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하루에도 기분은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이다.
좋을 때는 감사하고 나쁠 때는 생각하고 그러면 오늘 하루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