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18

2024.3.2 임영조 <3월>

by 박모니카

3월의 첫발 떼기, 참 사나웠지요. 2월이 가면서 통곡같은 바람소리를 내더니 삼일절행사 내내 어지간히 추웠답니다. 식전 행사로 시극을 준비했던 한시예 낭송가들의 입과 손이 얼얼해서 마음이 안쓰러웠어요. 그래도 연습보다는 역시 본무대에서 빛난 시극단 <한시예>의 열연덕분에 행사장에서도 큰 박수가 나오고요. 아마도 하늘에 계신 선열들이 눈물을 훔치고 계실거라 생각할 정도로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죠. 저야 찍사 노릇밖에 한 게 없는데, 맛난 점심도 함께 먹고, 이내 가까이 있는 동백꽃과 갯벌을 보러 갔습니다. 가는 길에는 추위가 더욱 기승, 하늘에서 눈까지 내리더군요. 대통령이 없는 나라에 사는 듯, 일부러 뉴스를 멀리하고, 국경일에 대한 소식도 듣지 않고 바닷바람 소리만 들었습니다. 아마도 바닷가 갯벌 위 괭이갈매기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사진을 찍으러 가까이 가도 본체만체, 흰 눈발만 쳐다보더군요. 삼월 첫날부터 동장군이 다시 고개를 드니,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어 내친김에, 좀 더 멀리 동백꽃(서천 마량리 소재)을 보고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친정을 들르니 두 살터울의 남동생이 있더군요. 팔순의 노모가 진하게 끓여놓은 사골탕을 가질러왔다고... 평생 노동한다고 방치한 치아를 무려 15개나 치료에 들어가니, 환갑이 다 돼가는 큰아들이 맘에 걸렸다네요. 부모마음을 그런 걸, 우리 자식들이 평생 살아도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엄마 맘이 들어있는 보약이니 끼니 거르지 말고 꼭 챙겨먹으라고 했네요. 우리 오형제 건강재산은 오로지, 제 부모와 건강한 먹거리 덕분이죠. 오늘은 엄마 모시고 건강식 한 끼 먹어볼까요. 임영조시인의 <3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3월 – 임영조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3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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