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25

2024.3.9 고재종 <첫 봄나물>

by 박모니카

후배가 보내온 냉이나물 사진 한 장 덕분에, 하루가 벌떡 일어났어요. 시댁(김제) 과수원에 있을 냉이와 쑥이 생각났거든요. 저는 결혼해서 처음으로 냉이를 보았는데요, 지금도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냉이나물이 그립네요. 평생 생선을 주식으로 한 친정에서는 산나물 반찬이 거의 없었지만, 다행히 쑥을 이용한 음식은 사랑받았습니다. 특히 쑥과 쌀가루를 버물러서 만든 쑥떡은 해마다 봄이 되면 친정엄마의 최애음식입니다. 쑥 뜯는 딸을 자처하고 시댁으로 가서 시동생들과 맛난 점심도 먹었지요. 그랬더니, 냉이와 쑥이 가득한 곳으로 저를 안내하고, 제 손에는 흙도 안 묻히게 일일이 냉이를 캐 주었답니다. 저는 봉투에 담으며 사진만 찍고요... 나이 육십이 다 된 시동생들의 사랑을 왕창 받고 왔지요. 오는 길에 문우 한 분이 생각나서 냉이를 드리며 속으로 생각했죠. ’아마, 다음 주 점심 반찬으로 맛있게 올라오겠지...‘라고요. 군산의 바닷바람과 달리, 논밭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은 또 다른 색과 냄새로 다가왔답니다. 더 싱그럽고, 푸릇하고, 살랑거리는 레이스 달린 치마바람처럼 느껴졌어요. 다음 주에 다시 한번 가서 못 캐온 냉이와 쑥, 돈나물, 광대나물 들을 캐야겠다고 미리 찜하고 돌아왔네요. 늦은 밤 수업을 끝나고, 초로의 부부가 냉이와 쑥을 다듬는 모습,,, 제가 봐도 참 소중한 장면이었죠. 쑥과 새우를 넣어 부침 하나 만들어 나눠 먹으며 봄밤, 쑥향기로 피곤한 제 몸을 재우고 일어나니 이 아침 햇살이 더욱더 건강하게 뿌려지며 말하네요. ’사람이 되거라.‘ 오늘은 고재종 시인의 <첫 봄나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첫 봄나물 – 고재종

얼어붙었던 흙이 풀리는 이월 중순

양지바른 비탈언덕에 눈뜨는 생명 있다

아직도 메마른 잔디 사이로

하얀색 조그만 꽃을 피운 냉이와

다닥다닥 노란색 꽃을 피운 꽃다지와

자주색 동그란 꽃을 층층이 매단 광대나물

저 작은 봄나물들이 첫봄으로 푸르다

저 작은 것들이 지난 가을 싹을 틔워

몇 장의 작은 잎으로 땅에 찰싹 붙어

그 모진 삭풍의 겨울을 살아 넘기고

저렇듯 제일 먼저 봄볕을 끌어모은다

저렇듯 제일 먼저 봄처녀 설레게 한다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 그 크기 워낙 작지만

세상의 하많은 것들이 제 큰 키를 꺾여도

작아서 큰 노여움으로 겨울을 딛고

이 땅의 첫봄을 가져오는 위대함의 뿌리들.

소나무 가지과 방울들 속에서 자란 어린쑥 한 줌..
고추두덕 사이사이 자란 건강한 냉이가 천지 가득^^
쑥와 새우 부침전. 그 어린 쑥 향기가 어찌나 진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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