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는 무슨 사연으로 이 나라 산동면까지 시집왔을까. 남녁땅을 햇 노랗게 밝히는 산동의 산수유시목을 보며 그녀의 아리따웠을 자태를 떠올려보았네요. 사진작가 벗님 덕분에 토요여행, 구례 산동 산수유축제현장에 다녀왔어요. 첫날이라 붐빌 인파를 생각하고, 남들이 덜 다니는 골목길 산수유와 담장투어 후, 축제의 핫 스팟인 상위마을 풍경 속에서 노닐다가 제 온갖 시름을 덜어주고 오니, 살짝 미안한 맘도 드는군요.^^ 작년에는 광양의 봄 눈(雪)이 가득했던 매화동산에서, 올해는 지리산이 안아주는 노랑 산수유천국에서... ’살아 있음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가족 없이 혼자만 보는 것이 너무 미안했어요. 특히 엄마생각에요.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날, 울 엄마도 같이 보았으면 참 좋았겠다‘ 했어요. 간 김에 구례의 여행지로 꼽히는 ’운조루고택(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과 ‘사성암’에 들렀는데요. 유명한 ‘타인능해’라는 글자가 써진 쌀 뒤주는 어느 봄꽃 만큼이나 속 깊고 예쁜 꽃이었어요. 사성암 사적(四聖庵史蹟)에는 4명의 고승-원효(元曉)·도선국사(道詵國師)·진각(眞覺)·의상(義湘)-이 수도(修道)하여 사성암이라 부르더군요. 구례 오산(해발 531m)에 있는 작은 암자이지만 구불구불 섬진강이 용이 되어 복을 나누는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또 바위의 형상이 빼어나 금강산과 비슷하여 옛부터 소금강이라 불렀네요. 암자 뒤편으로 돌아서면 우뚝 솟은 절벽과, 풍월대·망풍대·신선대 등 12비경으로 절경이 뛰어나다는 설명을 읽었습니다. 짧은 여행일지라도 글로서 말로서 소통되는 사람들과의 여행은 참 즐거움입니다. 오늘 저는 책방에 방송국 손님들이 촬영한번 하고 싶다고,,, 문을 열어야 하는 책방지기입니다. 어제 먹은 봄 밥에 한 일주일 밥 안먹어도 배가 부르니, 더 많이 사랑 나눔해서 날씬해 져야겠습니다. 산수유 하면 가장 유명한 시, 김종길시인의 <성탄제>가 있습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참고> 노란 산수유(꽃말, 영원한 사랑)가 늦여름부터 빨간 열매로 다시 태어나는데요. 산수유 막걸리도 핑크빛 새콤한 와인맛. 시인이 말대로 서설 속에서 따 온 붉은 산수유 열매를 꼭 사진으로 담고 싶군요. 저는 이 시인의 <설날 아침에>란 시도 참 좋아합니다. -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 한 해가 지고 / 또 올지라도 //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 고운 이빨을 보듯 //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