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50

2024.4.3 문정희 <동백꽃>

by 박모니카

동백나무의 동백꽃이 떨어집니다. 비가 오는 지금, 제주의 동백꽃도 눈물지으며 함께 떨어지겠지요. 4월 3일, ‘제주 4.3사건(1948.4.3.)’이 있었던 날. 4월이 마냥 꽃 잔치만을 기억하는 달이 아님을 모두 알고 계시지요. 오늘 4.3희생자 추념일을 시작으로 4.16세월호, 4.19혁명일 등 역사에서 굵은 획을 긋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오늘 추념일이 세상 밖으로 나와 회자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요. 아름다운 관광지로만 기억했던 제주도에 그토록 뼈아픈 비극이 있었음을... 특히 작년 문화마을 시범사업견학차 제주도 선흘리에 방문했을 때, 직접 4.3사건을 겼었던 어른들이 계셔서 말로만 듣던 그 역사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80대 노인들의 이야기 <제주할망 해방일지>의 주인공들, 9명의 할머니들을 통해 간간이 흘러나온 제주 4.3사건. 오늘 많은 정치인들이 제주에 가겠지요. 비록 물리적으로, 역사적으로 멀리 있었던 옛 이야기 같지만, 아직까지도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히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마땅히 현재형으로 우리가 관심가져야 합니다. 어제 청암산을 잠깐 산책하면서 동백나무에서 떨어지는 ‘툭툭툭’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오늘을 앞당겨보며,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었는데요, 나이들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새롭게 배우곤 합니다. 내리는 비 마저도 오늘을 기억하고 내릴진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사람’이 함께 오늘을 기억하며 동밲꽃에 눈길한번 주시면 더 좋겠지요. 오늘은 문정희시인의 <동백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동백꽃 – 문정희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꺽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

전 존재로 내지르는

피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지금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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