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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May 04.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16

2024.5.4 김정섭 <오월의 그리움>

‘기다림...‘ 사람 아닌 제 복실이에게도 이 말을 써 보았지요. 친정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내려줄 인연으로 두 달 된 복실이가 왔었죠. 그런데 일주일 쯤 지났을까요. 엄마의 변심(당신 혼자의 몸도 힘든데, 당연히 한 생명을 더 거두기가 힘들었지요)으로 제 딸이 키우겠다고 해서 같이 산지 15년째입니다. 복실이는 유선종양으로 커다란 혹을 달고 살고 있어요. 애완견주 경험이 있는 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하고 있으라고 말을 하지요. 지금도 제 침대 아래에서 열심히 코를 골고 있군요. 신기한 노릇입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혹시 코를 골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네요.^^ 책방으로 오르는 약간의 경사도,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의 코너회전도 느낌으로 복실이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보다 월등한 감각들을 가진 거지요. 인간이 설정한 이성적 요소는 없다 할지라도, 감정의 조각들이 만들어 내는 초월적 감각본능은 그 어떤 천재보다도 뛰어나요. 어제밤 책방에서 늦게 귀가 하려는데, 마을 골목 이곳 저곳에 흔적을 남기고 다니는 거예요. 저는 그냥 기다리고 싶은 맘이 동해서, 목줄이 없이 자유롭게 밤마실을 하는 복실이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지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뒷 모습에서 나오는 그 맘을 읽어주는 거구나.‘ 한참을 기다렸더니, 뒤돌아보고 앞장서서 차 문으로 다가갔답니다. 아침부터 왠 애완개에 대한 얘기냐구요? 코고는 소리를 듣자니, 마치 어린아이의 모습같아서 마음이 짠 해지는 새벽이네요. 하루를 시작할 때 항상 즐겁고 밝은 맘만 우선해야 되는 건 아니겠지요. 때론 짠 한 마음으로 시작해도 의미있는 하루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름다운 오월의 첫 주말이 연휴로 이어지는 군요. 저도 오랫동안 추억할 수 시간의 뜨개질을 하고 싶네요. 김정섭시인의 <오월의 그리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월의 그리움 - 김정섭   

  

신록의 계절 오월

연둣빛 묻어나는 바람 불어와

만개한 아카시아 꽃향기 그윽합니다     


아카시아꽃 하얗게 피면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운 햇살 시리도록 그리운 사람

함께한 시간은 추억이 되고

사랑은 그리움 되어 가슴속 언저리에

하얀 아픔의 통증을 느끼게 합니다   

  

오월의 향기에 마주한 눈빛은

당신의 빛바랜 그리움 되어

봄의 끝자락 바람과 마주했나 봅니다    

 

하얀 꽃잎이 흐드러진 맑은 하늘

호숫가 데크길 서성이다

그리움에 멍 때릴 때 촉촉해진 이슬은

그렇게 강물 되어 또 흘러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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