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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May 07.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19

2024.5.7 목필균 <5월의 편지>

말랭이마을이 어제 하루종일 바람에 씻겨지데요. 가끔씩 지나가는 바람을 방안으로 당기려고 문을 열면 우리 복실이가 더 반기는 것 같았어요. 서너커방문객이 노크했는데요, 다행히 복실이도 말없이 컴 좌판만 두드리는 제가 오죽 심심했던지 꼬리를 살랑거리며 손님을 맞았답니다. 말없이도 말을 전하는 ‘봄날의 산책’ 영물인 복실에게 할 수 있다면 책방도 넘겨주고 싶다니까요. 마을 주차장에서 바라보니 무성해진 잎으로 온몸을 덮은 팽나무로 인해 책방 모습이 거의 가려져 있더군요. 울타리넘어 뻗어나오는 가지와 잎들이 마치 제 안부를 전하고 악수를 청하는 듯 하여, 늙은 노인처럼 나무에게 말하며 어기적거리는 발걸음으로 푸른 물결을 제 두 손으로 가득 담아 올렸네요. 좀 더 자라면 옆집 할머니가 또 잔소리 할까봐 겁이 나지만, 어쨌든 지금은 책방을 빛내는 큰 보석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글쓰기 수업이 있어요. 피천득 시인이 쓴 <인연> 수필집에 나오는 다양한 소제목을 활용하여 문우들 각자의 이야기를 써오는 숙제도 있어요. 어제 밤에도 재밌게 읽었어요. 제 말을 하기보다는 남의 말과 글을 받아들이길 선호하는 제가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라요.


공자도 말했지요. -열 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서 나와 비슷한 정도의 충직하고 믿을만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라고요.


그의 겸손하고 호학에 자부심을 가진 대표적인 글입니다. 15세를 지학(志學)이라 할만큼 배우는 즐거움을 일등으로 여겼던 그의 사상을 요즘 세상인들이 함께 익혔으면 좋겠다 싶어요. 또한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며, 자기보다 어리거나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도 궁금한 것을 묻기를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고도 하지요. 저도 역시 문우들의 글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묻고 배웁니다. 겉으로는 부득이하게 제가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분들의 글로 인해 매일매일 수신(修身)하는 거지요. 저 같이 무색무취의 사람에게 이 얼마나 귀중한 공부요 인연들입니까. 오늘도 한가지라도 배우고 익혀 실천하는 삶을 기억하려 합니다. 목필균시인의 <5월의 편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5월의 편지- 목필균     


가끔은 스무 살 젊음이고 싶다.

안개 배인 공지천을 산책하던 우리의 노래는

하얗게 웃어대던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했지.

미숙한 사랑을 지켜온 백치 같았던 순결, 그 시절, 네 그림자

허리를 잡고 안부를 묻고 싶다.     


잎새 반짝이던 은백양 나무에 걸려있던

우리의 시들은 오월의 축제를 사열하고,

교정의 기인 *외수아저씨는 순수를 위해 몸을

닦지 않는다는 모순된 말로 자신의 남루를 덮고 있었지.

잔디밭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시선을 끌던 작은 키의 동기생은

한 학기를 떠돌다 사라지기도 하고.

시내에서 변두리까지 꼬박 걸어도 1시간 거리도 안되었던

연인들의 이야기는 아쉬움 속에 깊어가기도 했어.     


별빛은 5월을 더욱 향기롭게 하는지,

그시절의 노래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리라 믿으면서

아카시아 흐드러지는 이맘 때가 되면

스무 살 그 젊음이고 싶다.

외수 아저씨 - 소설가 이외수님을 우리는 외수아저씨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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