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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May 18.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30

2024.5.18 김용호 <오월의 유혹>

새 소리가 참 좋습니다. 잠시 후 산책길에 만나자는 것인지, 아님 아직도 제가 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주 가까이서 신호를 보내네요. 갑자기 제가 사는 이 집이 숲속 한 자리 같군요. 제 나이쯤 되면 자기 집 한 칸 있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집 소유를 거부하는 바람에 가볍게 살고 있답니다.^^ 제 몸 하나 있으면 될 집에, 누추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옷차림, 먹고 싶은 음식 생각날 때 기꺼이 먹을 수 있는 여유. 그 정도만 있으면 사는 데 문제가 없다 여기다가도, 이런 새 소리를 들으면 꽃과 나무가 생각나고, 그 다음 호수와 언덕이 떠오르고, 또 그 다음 강물과 야트막한 산이 그려지고, 마침내 바다와 태산에 이릅니다. 이러니 사람의 욕심이 한도 끝도 없는가 봅니다. 그래도 생각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무한대의 자유로움 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고 더 멀리, 너 높이 날고 싶은 주말 아침입니다. 오늘의 날짜를 쓰려니 ‘빛고을’ 광주가 생각나네요. 역사적 사건의 언급은 자제하고 부디 오늘도 광주시민들이 슬픔을 행복으로 만들어내는 동력의 주인이 되길 바랍니다. 시인 서정주는 말했지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라고요. 또 ‘천지엔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라고도 했구요. 몸도 마음도 쉬라고, 이왕이면 녹음 속에 들어가 호흡해보라고 유혹받는 주말. 어제 책방에 오신 지인들 말씀처럼 말랭이에 책방하나 세워놓고 세상 근심없이 사는 재미를 이미 알아버렸으니, 분명 대복(大福)을 받은 건 사실입니다. 소동파의 <춘야(春夜)> 한 구절을 차용하여 말씀드려요. 『오월일각(五月一刻) 치천금(値千金)』 - 오월의 한 시각 경치는 천금과 비길만한 가치가 있다 – 저는 책방에서, 당신께서는 또 어딘가에서 천금씩 모아볼까요~~ 오늘은 김용호시인의 <오월의 유혹>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월의 유혹 – 김용호     


곡마단 트럼펫 소리에

탑은 더 높아만 가고

유유히

젖빛 구름이 흐르는

산봉우리

분수인 양 쳐오르는 가슴을

네게 맡기고, 사양에 서면

풍겨오는 것

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

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에서

청춘은 함초롬히 젖어나고

넌 이브인가

푸른 유혹이 깃들어

감미롭게 핀

황홀한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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