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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n 18.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61

2024.6.18 박노해 <비움의 사랑>

현재 우리사회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친밀성의 생산 결여사회’라는 표현에 공감했지요. 특히 이성 간의 친밀성 결여는 해마다 높아져, 출산률정책을 제 아무리 멋지게 발표해도 젊은세대들은 눈도 꿈쩍 안하는 듯 합니다. 나라정책의 근간에 인문학적 토대를 세워 접근했던 옛 사람들의 정신을 다시한번 본받아야 되겠다 생각했지요.     


얼마전 팔순의 넘은 친정엄마의 일상에 도움이 되어볼까 하고 요양보호사 신청을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요, 결국 자의식과 자립심이 강한 엄마의 성격으로 다음 기회에 하기로 했지요. 맞물려 벗과 나눈 치매얘기, 현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은 바로 ‘치매’. 그럼 이 병에 대한 명약은 무엇일까를 대화했답니다. 그나마 책 읽고, 글쓰는 행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배우는 활동이 중요하다 했지만, 결국은 ‘사람과의 소통’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지요.      


아무리 백세세대라지만 우리의 활동능력과 소통능력이 100세를 넘어갈까. 우리는 항상 모델이 되는 한 사람을 보며 자신의 삶도 그러하길 바라는 경향이 있지요. 인간의 의지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그 의지마저도 타고난 운명의 궤도 안에서 행해진다는 운명론적 사고를 지닌 저로서는 미래의 100세를 겨냥하지 않지요. 


늘 말씀 드리지만 오늘 하루의 온전한 삶. 누구를 만나도 후회없는 즐거운 소통으로 사는 것이 ‘치매’ 방지의 특효약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일부러 매일 뭔가를 잊고 사는지도 모를 일이죠. 종종 평생의 동지와의 추억마저도 깜깜하게 잊으니, 이런 저를 안타까워하는 남편의 한숨소리에 괜히 웃음이 나오는 아침입니다.^^ 언젠가 그리운 누군가를 향해 불러질 시 일지라도, 저는 오늘 불러보고 싶군요. 박노해 시인의 <비움의 사랑>을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비움의 사랑 – 박노해     


없네

네가 없네     


해는 뜨고 별이 떠도

네가 있던 그 자리엔

네가 없네     


나 그렇게 살아가네

비움으로 살아가네     


사랑이 많아서

비움이 커져가네     


너와 함께한 말들도 비워지고

너와 함께한 색감도 비워지고

너와 함께한 공기도 비워지고     


나 홀로 있는

비움의 시간이 많아지네     


여기 이 자리에 네가 없어도

난 네가 차지했던 그 만큼의 공간을

그대로 비워두려 하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어

나는 결여된 사람이 되어가네

나는 비움의 파수꾼

나는 빈 사랑의 수호자

비움으로 너를 지키려 하네    

 

이제 그 자리에 네가 없네

그 비움의 자리에 내가 사네     


살아남은 사람은 어쨌든

다시 살아야 한다는 걸

나도 모르는 바 아니나    

 

이 가득한 세계 한가운데서

나는 점점 제외되어가네     


사랑이 많아서

비움이 커져가네     


슬픔이 많아서

비움이 푸르르네     


비움이 깊어서

가득한 사랑이네    


<참고, 아레사진은 사진을 배우고 있는 지인께서, 전남 고흥 쑥섬을 찍었다고 보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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