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20 문정희 <산그늘>
태풍 ‘종다리’의 북상소식에 안도의 미소라니... 그만큼 폭염이 길었나 봅니다. 작년에는 긴 장마로 힘들었고, 올해는 훨씬 긴 더위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네요. 어제 편지에 ‘처서매직’이라도 있으면 했더니, 태풍의 크기를 체감하진 못해도 일단, 오늘부터 비 소식이 있으면서 기온차가 2-3도정도 뚝 떨어질거라 합니다. 하루아침에 태풍소식으로 또 다른 걱정과 불안을 갖는 사람들도 늘어나겠지만, 어쨌든 더위가 물러갈 준비를 하는 듯 합니다.
어제도 제법 더웠는데요, 저는 말랭이 어머님 9명과 함께 장항 맥문동 꽃밭을 갔습니다. 지난 초복, 당신들께서 저희 부부를 초대하여 복달임을 해주실 때, ‘마을을 벗어나서 가까운 데라도 가고 싶다’ 라는 말에 제가 꽃밭구경 가시자 했지요. 글공부했을 때, 정말 행복하고 좋았다라고 하셔서 이번꽃길에 나서면 글도 한번 써보자고 했구요.
가볍게 말씀드렸었는데, 진심으로 기억하시고 필기도구를 준비해오신 어머님들... 심지어 하루 전날, 무엇을 쓸까 고민하며 글 연습까지 해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글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혁명입니다. 꽃밭에서 사진도 찍고 시원한 물도 마신 후 평상에 앉으시더니, 각자 ‘작가포즈’로 돌변, 뭔가를 쓰셨습니다.
“작가님들 이제 글짓는 시간이예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시면서 자유롭게 작품구상 하시구요, 쓰고 싶은 말 뭐든지 써보세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각자 글짓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대견하든지... 어른들께 이런 표현 드려서 송구스럽지만 사실입니다.^^ 그 작품을 액자에라도 넣어드리고 싶어서 잘 가져왔습니다. 어머님들이 사주신, 추어탕보양식, 팥빙수와 직접 만들어온 각종 튀김으로 ‘오메오메, 어머님들, 배가 터질라고 해요’ 해도 ‘그까지 껏, 금새 소화시켜버려! 젊은디 뭘 못혀~`’ 라고 하시데요. 근데 제가 젊지 않은가봐요. 하루종일 배가 꺼지지 않아 일시 힘들었지만 늦은 수업하는 제게 큰 힘이 되었답니다. 아마도 어제 어머님들도 저와 쌓은 또 한번의 꽃길여행을 오래토록 기억하실거예요. 저도 어머님들께 다시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팽나무 사이로 비친 보름달이 훤했습니다. 하루 상간에 달 얼굴이 아주 살짝 이지러져 있더군요. 달을 보면 바다 조수의 ‘들고 남이’ 생각나고, 산을 보면 그림자가 들어오고, 그러면 시인들의 노래소리가 멋진글로 탄생하지요. 달과 그림자가 차면 찼다고, 비어가면 비었다고, 안보이면 안보인다며 시를 짓겠지요. 저는 단지, 훤하게 비쳐주는 달에게 소원하나 빌었는데, 그것도 글로 써 놓았다면 시가 되었을까요...~~ 이제 생각하니 무엇을 빌었는지도 기억못할 정도로 잠만 깊이 잤네요. 한풀 아닌 두풀은 기가 죽을 더위에게도 토닥거릴 여유를 가진 오늘이길~~ 문정희시인의 <산그늘>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산그늘 - 문정희
언제든 들려도
그는
살가운 미소로
두 손을 내밀었다
몸 펴고
편히 앉아
산 위에
풀잎 붓으로
시 한 줄 쓰라고
팔월 태양빛에
곪은 상처
수묵 빛 바람에 날리라고
그는 고단해도
스스로
문을 닫지 않았다
저 깊은 마음
저것이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