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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 아침편지125

2024.8.21 나희덕 <태풍>

by 박모니카

주인이 되는 사람은 에너지가 다르지요. 상담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20여 년의 인연이지만 이젠 정말로 그녀가 주인으로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쑤욱 올라왔거든요. 동시에, ‘나도 저 나이라면...아니, 지금도 늦지 않았지’ 라며 가는 여름에 흔적을 남길 만한 무엇을 시도해볼까 머리를 열심히 굴렸답니다. 하여튼 저는 하루 24시간 내내 생각하고 들여다보는 일 하나는 잘하는 것 같아요.^^


저의 주 직업은 학원운영과 수업인데요, 올해는 유독 기초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이 저를 만나네요. 중고등학생 인데도, 기초영어능력이 너무도 약해서 원장과 독대수업을 하는 거죠. 사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기초가 부족한 학생을 만나는 일은 많지 않았는데요, 확실히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학습편차가 매우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상담시에 제가 가장 많이 들려드리는 말, “하나도 늦지 않았어요. 지금부터 하면 되는데요, 뭘 걱정하세요? 저는 30대에 영어를 전공해서 지금 이 나이까지 즐기면서 살고 있어요. 하물며 이제 중학생, 고등학생인데요. 가정에서 할 일은 딱 하나, 자녀를 믿어주는 일!!”입니다.


어제는 축구를 하는 초등 6학년 학생이 결석했는데 제가 없어서 그냥 왔다고 했나봐요. 이를 안 어머님은 학원 CCTV를 볼 수 있느냐 하시길래, 제가 웃으면서 말했죠.

“oo 어머님, 이 더운 여름날, 축구하랴, 국제선수 되고 싶다고 영어배우랴... 얼마나 대단한 아들인가요. 설사 거짓으로 말했다 해도 모른 체하며 안아주면 다 알아들어요. 제가 알아서 영어보충하면 되고요. 혼내도 제가 혼내니, 어머니는 아들 편이 되면 좋죠.”


첫째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조바심과 걱정을 이미 오래전에 겪었고, 학원을 통해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봐와서, 저의 상담효과는 백퍼에 가깝게 효과가 좋답니다. 또 제가 목소리에 힘이 있고, 왠지 믿음직하게 들리기도 한다네요~~^^


주말에 특별한 일이 있어서 오늘도 학생들 수업보충으로 할일은 많지만 본업은 성실하게, 부업은 평온하게 할 수 있는 제 위치가 참으로 복되다 느껴지는 새벽입니다. 태풍 영향으로 하루종일 비 소식이 있지요. 단 하루 사이에 천지기온이 달라지더라도, 당신 마음의 기온이 무변하려면 시 한 수 정도는 곁에 딱 달라붙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희덕시인의 <태풍>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태풍 –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 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꺾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 가 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 데려가거라.


그러면 살아가리라.

네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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