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에 마음을 싣고 두 눈을 감고 있으니, ’세상에 이처럼 좋은 것이 또 어디 있을까‘ 싶었네요. 성산과 나포 작은 도서관에 몇 권의 책을 납품하고 나서, 근처 웅포나루 주변을 산책하며 소요(逍遙)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텃밭 잡풀 제거하는 일이 고되긴 했었는지, 만사를 뒤로하고 정말 쉬고 싶었네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생들을 만나면 금새 용수철 튀어오르듯, 제 자리로 돌아오는 긍정적성향 덕분에 하루일을 잘 마루리 했습니다.
제가 글쓰기로 제일 처음 남들앞에 서 본때가 고1 학교 백일장대회였는데요. 그때는 글을 잘 쓰든 못쓰든 누구나 그런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던 시절이었어요. 고1짜리가 인생을 얼마나 안다고 그런 제목의 글을 썼을까 싶지요. 제목은 ’인생무상(人生無常)‘, 그것도 저는 우리 고유의 정형시라고 불리는 ’시조’를 썼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대표적인 시조로 정몽주의 <단심가>와 이방원의 <하여가>가 생각나는군요. 하여튼 저도 학교에서 배운 시조형식에 맞추어 글을 썼어요. 어떻게 썼냐고 물으신다면, 으당 ‘생각나지 않아요’라고 말하겠어요~~
고전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어제도 고전평론가라는 사람들과, 고전을 읽어서 자신만의 글 세계를 펼쳐낸 작가들의 짧은 영상을 보면서 강 바람결이 제 얼굴을 만져줄 때 느꼈던 평온함, 고요함이 떠 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강력한 글 처방전입니다.
인생무정(人生無定)이라고도 하지요.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니 일단 살아봄이 정답인 듯합니다.
‘어떻게 사느냐, 고전이 무슨 밥 먹여주느냐‘에 대한 답을 찾자면 논어에 이런 글귀가 있다고 박재희 평론가가 전합니다. ’덕본재말(德本財末)‘. 어제 들었던 여러 표현 중에 이 사자성어가 귀에 들어왔는데요, 인간에 대한 덕을 근본으로 알고 베풀면 원하는 재물은 당연히 따라온다고 하네요. 성인들이 들려주는 말 한마디는 그냥 ’옛날이 이런 사람이 이런 말을 했었지’라고 지나칠 일이 아니고, 지금도 아마 내일도 늘 상존(常存)하면서 힘이 되어주겠지 싶어요. 고영민시인의 <9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