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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146

2024.9.11 전재복 - 목수국(木水菊)지다

by 박모니카

평균수명 85세 미만의 숫자는 이제 멀리 있는 일, 인생의 가장 큰 공부를 준비해야 되는 신호가 되었습니다. 어제도 후배 아버님 소천으로 장례식장을 찾으니, 공교롭게도 돌아가신 분들의 나이가 모두 80대 초반. 제 어머니나 가까운 지인들의 부모님 연세도 80세를 넘기신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가 발전하여 사람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인명재천(人命在天)‘이란 고사성어는 가장 큰 위로의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늘 고민해왔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유명철학자는 아닐지라도 ‘우리 개개인 누구나 철학을 담고 사는 것 또한 인간의 운명이다’ 라는 것을 믿는 저로서는 이 새벽에 다시 한번 읊조려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를 위해 살 것인가? ’무엇을 향해 살 것인가?‘ 딱 한번에 정답을 표할 수는 없을지라도, 내면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는 있습니다.


이른 새벽 눈이 떠져, 건조기에 돌렸던 빨래를 정리하고, 주름진 옷을 다림질하는 저를 보면서, 제 몸에서 친정엄마의 새벽 부산함이 떠오르네요. 동시에 이 시간이면 월명호수를 돌고 있을 문우님도 생각나고요. 예전 같으면 이른 새벽활동에 하루를 부지런히 살았다고 자찬하였으련만,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호들갑도 사라지고 고요한 걸 보면, 저도 천명(天命)에 수능하는 연습을 미약하게나마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가을에도 출간회가 몇 차례 있는데요, 그중 한 분의 시집 가본을 최종적으로 살피면서 다시 한번 그분의 시를 읽어보았죠. 곧 출간회가 있기까지, 그분의 시를 가장 많이 읽고 배움을 얻고, 위로를 받은 사람은 바로 저 이겠지요. 명색이 출판사대표(?)라고, 여러 지시를 했는데요, ’프로필 사진 바꿔주세요’부터, 심지어 ‘시 제목 다르게 하시게요’에 이르기까지 저의 날카로운 말을 잘 이해해준 시인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저도 역시 ‘어느 세월에 이분의 시집을 제 이름의 출판사로 내겠는가, 영광이지‘ 하는 맘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출간회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있으니 더 살피면서 애정을 쏟아야겠습니다.


금주간은 매일 점심약속이 있네요. 정말 추석맞이 사람맞이 명절덕분인가봐요. 무엇을 하든 저에게나 여러분에게나 ’잘해봐요. 건강하게‘라는 기도소리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전재복시인의 <목수국(木水菊)지다>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목수국(木水菊) 지다- 전재복


평생을 끌고 온 청빈

암술도 못 갖춘 헛꽃만 피웠다

빈 가슴으로야

꿈에도 못 품어 본 끈끈한 눈길

새삼 눈물겨워라


이승을 넘어가는 혼백을 부르려

무명 홑적삼 지붕 위로 던지는데

아뿔사 너무 늦었구나

겹겹이 하얀 꽃 무덤이다


덩실한 봉분 같은

흰 꽃들을 부려놓고

쓸만한 종자를 찾아보나

모두가 헛헛하다


씨를 품은 암술은 어디에도 없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소슬바람에

통째로 날아간다

저 꽃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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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목수국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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