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14 이정록 <소려한추석>
추석연휴 시작 전날, 어제 시내 중심가들은 교통란(^^)이 있었다지요~~~ 해마다 인구감소를 직면하는 군산시민으로서, 사람들로, 차들로 북적거리고 지체된다는 말은 그 자체로 기쁨이었지요. 이런 명절이라도 있어야 사람사는 재미를 느끼는 것 같으니까요.
명절이라고 제게도 소소한 먹거리 선물들이 들어왔는데요, 차례상 준비하시라고 몇 가지는 엄마께 드리고, 나머지는 소분하여 지인들에게 드렸습니다. 선물을 특별히 준비할 사람도 있지만, 항상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먹거리 나눠먹고 수다떠는 것이 명절의 참 재미거든요. 그러고 보면 먹을 것이 없어서 명절을 기다렸던 때가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이 새삼스럽군요.
그때는 진짜 추석의 참뜻을 제대로 알 수 있었죠. 엄마가 준비하는 차례상의 음식들, 보름달 보며 소원을 두루두루 빌어보라는 주문, 양말 하나라도 새 옷을 선물 받았던 기쁨 등. 한 가정에서도 명절과 나눔은 불가분의 관계였는데, 다행히도 어제 그제 이틀간 자원봉사로 부침개를 만드는 현장에서 남과는 다른 추석준비를 했네요. 진정으로 복지 사각지대의 사람들이 한 점이라도 맛나게 드시길 바랍니다.
어제는 아주 멋지게 생긴 학생하나가 들어왔는데, 눈이 나빠서 한참을 보니 그 학생이 웃고 있더군요. 제가 초등3학년부터 가르쳤던 학생인데 올해 본인이 희망하는 아주 우수한 학교에 갔었거든요. 그때도 합격을 예상했었고, 좋은 결과에 정말 기뻤었습니다. 학원을 7년 다니면서 출석, 과제, 품행, 그 어느 것에도 늘 100점을 주었던 성실한 학생이었거든요. 벌써 고1도 끝나가니, 꼭 원하는 학과에 합격하여 앞으로의 멋진 인생을 펼칠수 있길 기도한다고 말했답니다. 추석전 최고의 선물이와서 참 기분좋았습니다.
이런 학생을 보면 저도 역시 심기일전하여 교육현장에 다시 섭니다. 명절연휴 끝에 학생들의 중간고사가 있는 학교가 많아서요. 맘 같아서는 저도 무조건 쉬고 싶은데, 마음이 불편하여, 오늘도 보충공부 하자고 했지요. 어제밤 하늘을 올려다보니, 확실히 밝고 큰 보름달로 가는 길이 보였습니다. 오늘부터라도 매일밤 하늘 한번 바라보시고요, 소원도 나누어서 빌어보세요! 오늘부터 추석관련 시들을 읽어볼까요. 이정록시인의 <소려한 추석>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소려한 추석 - 이정록
대자연의 순환 속
발맘발맘 찾아오는 명절
중추가절 한가위
여름날 뜨거운 열정으로
오곡 낟알들 무르익어 출렁이니
산천초목 오 색 저고리 차려입고
소려한 보름달 마중나간다
기려한 한복 차려입고
조상님 차례상 푸짐하게 차려드리니
자손들 무병장수하라 축복 내리시고
축복받은 온 가족들 둘러앉아
올깃살로 지은밥,
송편,
햇과일들
맛나게 배부르게 먹으며
화기애애 정담을 나누는 날
곤빈한 시름, 묵은 감정, 미움, 다 털어내는
다리밟기
쥐불놀이
달맞이하며
간절한 소망을 기도하는 날
용서하고 화해하고 효도하는 날
모두를 축복하는 날
우리의 고유 명절 추석이구나
저 휘영청 달덩이
무거워 쓰러지는 달덩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잘름잘름 우리님 품으로
풍덩 안기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