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비가 오네요. 소낙비 내리는 소리에 눈이 번쩍. 어제 늦은밤 귀가 길에 차창으로 빗방울 몇몇이 떨어지는 걸 보았어요. 벼 알갱이가 다 익어서 추수를 앞두고 있으니, 큰비 오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폭염 때문에 매일 비 오기를 기다렸을거예요. 하늘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어쨌든 적당히 알맞게 비가 와서 사람들의 얼굴에 주름살 하나씩 펴지길 바랄 뿐이죠.^^
신석정시인을 대표하는 말로 ’목가적 시인‘이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어제는 신석정시인의 일대기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는 그를 윤동주처럼 ’민족시인’이라고 호칭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또 그의 시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처럼 잘 알려진 시도 좋았지만 덜 알려진 시들을 들려주는 강사의 목소리를 눈을 감고 들었습니다. 부안의 신석정문학관에 가면 비석으로 만날 수 있는 <기우는 해, 1924>가 데뷔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더 일찍 쓴 시 <가을밤비 1921> 가 발견되어 고어체로 쓰여진 시를 읽었지요. 시인을 꿈꾸던 습작시절의 시라고 합니다.
신기한 일은 제가 2022.9.19.일에 신석정문학관을 방문한 후 오마이뉴스에 여행기 하나를 올렸었는데, 어제도 9.19일, <가을밤비>를 쓴 날도 9.19일 이라는 숫자의 중복이 눈에 띄어 제 나름 신석정 시인의 이야기를 청강하는 것도 인연인가보다 싶었답니다. 별걸다, 의미를 붙이긴하죠~~ 사람마다 취미가 다 다르지만 저는 이런 문학특강을 듣는 것이 즐거운 취미인것만은 분명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고, 끝나고 오려면 뭔가 아쉬운 마음이 먼저 생기니까요. 전주까지 동행한 선배님과 이런저런 소담스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참 즐거움이고요...
강의를 하신 김사인 시인은 말했죠. 신석정시인은 어린마음 처럼 맑고 순수한 시를 썼다고요. 그 예로 <산으로 가는 마음> <서가> <먼 항해를 하지> <나는 어둠을 껴안는다> <가을밤비> 등을 들려주었는데요, 이 중에서 오늘은 가을비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가을밤비>를 들려드립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