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22 박상현 <9월 하늘>
목소리만 가지고 나이를 추측할 수 없는 3인의 가수들. 소위 쎄시봉 송창식, 정훈희, 김세환의 무대를 눈을 감고 노래를 들었는데요, 그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나이 80을 코앞에 두고, 가수 인생 60년 역사를 걸어온 진짜 프로가수들을 면전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어느 누구 한사람에게만 치우치지 않고 세 사람 모두, 각자의 개성으로 자신의 인생노래를 들려주고 함께 부르게 무대를 만들어주어서 즐거웠네요.
목소리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사람을 평가하는 여러 기준 중에 목소리도 큰 몫을 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노화과정에서 가장 늙지 않는 ‘목소리’.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말에 한 표를 던지는데요. 맑으면서도 묵직한, 낭랑하면서도 온유한, 그래서 저절로 믿음이 가는 그런 목소리를 가진 몇몇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타고난 목소리의 재능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해도, 발화법, 발성법에 따라 또한 그 목소리가 타고난 본성 이상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메시지를 전달할 때 몸짓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목소리여서 표준어를 구사하고 싶을 때 흔히 아나운서들의 발성과 발음을 따라하곤 하지요. 굳이 그런 연습까지는 아닐지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또박또박 말하기만 잘해도 멋진 목소리로 들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연습을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 바로 ‘소리내어 책 읽기’예요. 종종 타인의 글을 살펴봐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는 일부러 소리내어 읽기를 반복하는데요, 그러면 저절로 글의 흐름이 입안에서 정렬되곤 하지요. 오늘은 일요일,,, 종교의 유무에 따라 다를 수 있는 평화의 기도문부터 소리내어 읽어보면서 하루를 시작해보실까요^^ ... 오늘은 박상현시인의 <9월 하늘>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9월하늘 – 박상현
작은 산길 노승을 따라 걷던 나무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 속에 잠긴다
불타던 여름 햇살을 품던 8월도
9월 하늘을 만나면 꽃씨 닮은 아침 이슬방울이 된다
8월을 해감시킨 9월의 저녁노을 속엔
붉은 수수가 물들어 가고
하늘은 한 뼘씩 높아만 간다
보랏빛 메꽃 수줍게 피어난 들판엔
억새꽃이 파란 하늘에 흰 그림자를 그려나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코스모스가 길을 만들고
뒤늦은 고백의 들꽃이 피어납니다
8월의 닻을 내린 어머니의 작은 텃밭엔
희디흰 도라지꽃이 높아만 가는 하늘 속에 피어있고
9월의 닻을 올린 맑은 밤
목화밭에 내려앉은 달꽃이 바람과 함께 춤을 춘다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간 9월의 허수아비 아래로
알알이 금빛으로 익어가는 벼 이삭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9월 하늘 속에 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