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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160

2024.9.25 김백겸 <가을 생각>

by 박모니카

요즘은 아들 덕에 밤 운동을 종종 합니다. 갈 때 맘과 올 때 맘이 그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 날마다 근육이 줄어드는 자연현상을 걱정만 하지 말고, 운동으로 습관을 붙이라고, 아침편지 쓰듯 습관만 붙이면 엄마는 누구보다도 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자식의 말을 잘 듣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요즘 기상시간이 조금 늦어질 때도 있지만, 밤새 잘 자고 일어나네요.


지금은 새벽 6시. 어제밤 보내온 예비출간물의 원고 일부를 다시 보며 수정하고, 책 제목으로 어떤 표현이 좋을까 계속 고민하네요. 지난 5월경부터 원고를 보기 시작했고, 이제야 인쇄소로 최종본을 넘기니, 또 11월에 출간회가 있기까지, 무려 7개월 동안 작가와 저는 같은 생각의 틀을 공유하고 있는 거지요. 적어도 제가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간이 그렇습니다.


비록 1인 출판사라는 간판일지라도, 제 이름 석자가 들어갈 마지막 한 페이지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함을 알아도, 작가의 글을 마음으로 볼 때 제 스스로에게 부여되는 어떤 묘한 재능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 나이에 ‘참 좋은 일’ 하나 생겼다고 혼자 자랑하기도 하구요.


이 좋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해야 할 첫 번째 일, 바로 ‘책 읽고 생각하기’ 입니다. 때론 혼자서 독서하는 것이 득이 될 때도 있지만 어제도 말씀드린 것처럼 ‘창의적인 공유지’를 만들 수 있는 독서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습니다. 제가 독서용 공유좌판대 하나 펼쳐놓고 이 가을바람 부채삼아, 손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글 씨앗을 보낼까 합니다.


수업 중 잠깐 쉬는 사이, 한시 작품 번역본 하나 읽었는데요, 당나라 문장가 한유(韓愈)가 그의 아들에게 학문을 권하기 위해 쓴 한시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 때는 가을이 되어 장마도 마침내 개고 서늘한 바람은 들판에 가득하네.

이제 등불도 가까이 할 수 있으니 책을 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

종이책이 아니어도 좋으니, 유투브나 각종 미디어매체에서 라도 좋은 글 한점 얻는 오늘!!

김백겸 시인의 <가을생각>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 생각 - 김백겸


쥐똥나무 이파리는 수런거리는 기쁨으로 흔들린다

은행나무 향기에 취한 바람은

햇빛에 심장을 내비치며 걸어온다

구름의 피가 하늘에 가득 번지는

늦가을 오후

나는 화강암의 침묵이 반들거리는

아파트 보도 블록을 걸어간다


조용해라

무심히 지나가는 나비의 숨소리가 가슴에 닿고 있는 이 세상

어디서 술래로 숨었다가 옷자락을 잠깐 보여 주는지

시간의 비단길은 건물 모퉁이를 돌아 길다랗게 뻗어 가고

나는 무릎을 쉬어 구내 벤치 위에 앉는다

저 멀리서 어린날이 양철통을 메고 걸어온다

시골 동구 밖 시냇가 그때 그 자리로부터

너무도 멀리 걸어온 나

예기치 않은 소식을 가지고 오는 우편 배달부처럼

향수는 자전거를 타고 와서 편지를 전한다

우리는 모두 오고 가는 길손들

잠시 쉬어서 보는 이 세상의 조용한 풍경 한가운데

쥐똥나무 이파리는 돌아가는 시간의 구두 뒤축에서

향기로운 꿈으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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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박세원문우...진안 마이산 봉우리와 가을 들판 풍경이 참 절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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