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봄날아침편지167
2024.10.2 배창호 <시월은>
달이 바뀌더니 하루만에 가을, 그것도 늦가을이 왔다고 호들호들~~. 심지어 어떤 학생은 두꺼운 옷을 입고 들어와서 춥다고 해서, 혹시나 감기기운이 있을지도 몰라 이마까지 만져보았답니다. 비까지 내려서인지, 밤 기온이 뚝 떨어지고 그토록 더위로 헉헉댔던 추석날마저도 저 멀리 아스라이 별빛에 묻혔습니다.
어제는 학생들이 아재 개그를 열심히 가르쳐 주었는데요. 들을 때뿐 생각이 나지 않는 건 기억력부족일까요? 아님 타고난 유머코드 부족일까요? 몇몇 아재개그로 제가 빵 터지며 웃었더니, 학생들도 신나서 계속 개그를 던지는 거예요. 그 속에는 단어시험 못봤다고 늘어난 숙제가 있었는데요, 이참에 원장샘도 당해봐라 하는 식의 미소가 깔려있더군요. 어찌됐든 모른체하고 열심히 들어주고 웃고 기록했답니다. 학생 하나가 말하길, ‘원장님도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아재개그로 먼저 분위기를 재밌게 하면 좋아요’라는 충고까지 들었다니까요.~~~
제가 볼때는 유머코드는 본성인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한다고 해서 재밌게 들려지지 않는 것 중 하나. 그래도 학생들 말대로 진짜 빵 퍼지게 웃기는 퀴즈 몇 개 정도는 기억하고 다녀야겠다 싶었습니다. 지금도 여러분께 한두 문제 내려고 하는데, 기억나지 않는 것은 제 몸에 유머스러움이 없어서겠죠??^^
어제는 소위 국군의 날. 요즘 같은 대명천지에 설마 전쟁이나 쿠테나를 일으키겠어? 라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전쟁을 유도하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리더자. 참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무슨 유치원 수준의 어린이도 안할 그런 생각으로 국민을 겁주는 리더자. 어제는 비까지 와서 대열에 나선 우리 군인들, 내 자식 나이의 청년들을 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정치사기꾼들이 벌이는 셰계전쟁의 피해자는 누구입니까. 바로 국민입니다. 고등부 수업중 독해부분에 유사한 글이 있어서 또 제가 열 받아서 현 정권을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자들이 리더자라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 시국이 정말 괴롭고 안타까워서요. ‘영어나 가르치지 무슨 정치 얘기를‘ 이라고 누군가가 말씀하신다면, 저는 과감히 영어를 버리고, 역사와 국어부터 가르치고 싶은 사람이기에.
하여튼 어제의 하루도 가버렸고, 또 다른 시월의 두 번째 얼굴을 마주하고 있네요. 어제까지 새로운 예비작가 작품을 교정해서 인쇄소에 넘기고 나니, 왠지 오늘은 널널한 마음. 토요일에 있을 시집 출간회를 도와주겠다고 내려온 딸과 가까운 곳으로 들판 여행하며 사진 좀 찍어야겠어요. 지금 이때가 아니면 풍요로운 황금들판도 다 사라질테니까요. 배창호시인의 <시월은>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시월은 – 배창호
취기 어린 낯빛을 지척에 두었어도
한발 거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고
품어 안을 수 없이 가물거리는
처연한 조각달이 묵상에 들었다
엊그제 내린 서리에
흐무러지도록 사그라져가는
시월은!
아무리 예찬한 들
눈시울이 글썽이는 까닭은
나도 몰라서
앓고 있는 한 뭉텅 애증의 뿌리일 뿐인데
어쩌다 홀로 굴러가는
낙엽이야 뭐라 말할까
이제나저제나
떨쳐버릴 수 없는 미련의 편린을
타들어 가는 일몰조차 을씨년스러운데
관조에 든 솔바람이
이별의 전주곡으로 들리는 여운으로 남아
<사진제공, 문우 노정임, 선운사 꽃무릇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