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7 복효근 <마늘촛불>
아들 차에 딸의 살림도구를 바라바리 쌓고 살 집 생김새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왔네요. 아주 먼 옛날 생각이 나더군요. 대학 다니던 딸 자취방에 가재도구를 챙겨주었던 부모님의 손길, 자취방을 옮길 때마다 그 살림들을 일일이 다 날라주었던 첫째동생. 지금의 저를 보면 잘 날것도 없이 살 사람이었는데, 그땐 가족 모두가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렇게 애를 썼는지...
내려오는 길에 동생에게 전화해서 ‘옛날이 생각나고, 그대가 고마웠다’라고 하니, ‘그러게요. 그런 시간이 있었는데 벌써 누님이나 나나 이렇게 나이만 먹었네요.’ 라고 하더군요. 남자라고, 누나는 여자라고, 일일이 챙겨주었던 동생이었답니다. 제 아들은 오빠이니 더욱더 여동생을 잘 챙겨주겠지요. 어제 저의 마음을 읽었다면 형제애가 특별한 게 아니라는 것을!
시월이 시작되자마자 징검다리 휴일로, 또 지역 축제들로, 마음이 들썩거렸지요. 저도 이런저런 행사 치룬다고, 어느 때는 혼이 나갔나 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요. 고등부 시험은 내일부터라서 오늘까지는 긴장하고 일정에 빈틈이 없어야 하는데, 정신 꼭 붙들어 매야겠습니다.
금주부터는 군산에서 진행하는 ‘동네카페(인 이상 수강생들이 희망하는 강좌를 개설, 전문가를 초청하여 수업받는 프로그램)’가 시작되는데요. 저도 강사로서 또, 수강생으로서 참여합니다. 특별히 이번에는 수강생으로서 배울 ‘사진촬영법’이 기대됩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많이 늘었다는 주위 평도 있지만, 많이 찍다보니 어쩌다 그럴싸한 작품이 있을 뿐이죠. 자고로 공부란 이론으로 기초를 잘 쌓아야 하는 법, 그림에 워낙 재주가 없다보니 선택한 것이 사진촬영인데요. 강사님이 사진 전문가라고 하니, 10주간의 수업이 끝나면 ‘역시 달라졌네’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배워둘께요... 참고로, 토요행사(시집출간회) 끝나고 현장소식을 오마이신문에 송부했는데, 채택되었군요. 출간회모습이니 한번 일기어보세요^^ 오늘은 복효근 시인의 <마늘촛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마늘촛불 –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가운데에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