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8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글은 쓴다’ 하고 ‘사진은 찍는다’ 하지요. ‘사진을 쓴다’ 하고 ‘글을 찍는다’로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억지야, 이상하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바꿔서 중얼거려보니, 이 또한 말이 되는군요.
사진(寫眞), 사물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어 보존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누가 그려낼까요.
사진의 영어문자는 photograph, ‘빛(photo)으로 그리고 쓰다(graph)‘라는 뜻이지요. 빛의 주인이 세상의 풍경을 그리고 쓰는 공간에서 그 빛을 빌려 우리 역시 사진촬영이라는 행위를 하니 ‘사진을 쓴다’ 라고 해도 말이 되겠지요.
사진촬영법의 이론을 배우는 시간은 정말 즐거웠어요. 서투른 글의 보충물이나 만들어볼까하고 사진반에 신청했는데 오히려 이번 기회에 사진찍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욕망이 뿜뿜했어요. 역시 이론없는 실험은 알맹이 없는 민빵덩어리. 강사님의 위트와 물 흐르는 듯한 소통법 역시 강의를 돋보이게 했답니다. 10주차의 수업을 통해 변화해갈 사진기술, 플러스(+) 마음을 담아두는 예술감각까지 갖추어 균형의 미를 알도록 노력해 볼께요.
어제는 월요일, 또 고등부의 시험 전날이어서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정말 바빴답니다. 그 와중에 인쇄소의 신간 편집 요청사항, 책방손님 책구매희망, 도서관 서류제출건, 심지어 직접 고깃배를 하며 봉사활동도 많이 하는 한 지인이 김장철 새우젓까지 홍보해달라고 하니,,, 아고야 정말 손가락이 스무개 쯤 있어야겠다 싶었어요 아니 들으면 몰라도, 들었으면, 또 할 수 있으면 해봐야지 하는 맘으로 메모지에 한줄 한줄 그어가며 일 처리를 했네요. 그래도 아직까지 이런 순발력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복이냐 하면서요.^^
자고로 배움은 복습이 중요한데, 오늘 풍경사진이라도 찍으면서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요. 사진속에 이야기를 담으려는 마음이 생긴 후 제 눈에 보이는 아주 작은 물상 하나라도 시시한 게 없습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다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이 보여요. 그래서 언젠가는 정말 괜찮은 ‘사진에세이’를 펴야겠다는 욕심도 생깁니다. 올해는 1차로 말랭이와 군산의 사계를 담은 사진을 넣어 ‘시가 있는 사진에세이’ 를 해볼까 구상중이죠... 오늘은 정현종 시인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를 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사람이‘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런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