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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Oct 21.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186

2024.10.21 김소월 <나의 집> <가을저녁에> <바다>

지나친 욕심을 생각해봅니다. 물욕은 분명 적은데,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저의 욕심이 때론 너무한가 싶어서요. 생각해보니, 그것도 저의 열등의식이 아닐까? 그런 결론이 내려지네요. 학교 다닐 때, 좀 더 잘 배웠더라면... 사회 생활할 때, 좀 더 자신감 있게 살았더라면... 나이들어서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가졌더라면... 뭐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요.^^     


다시 나이를 되돌릴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저는 단호히 대답하지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이 가장 좋고 행복하다.‘ 라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마음이 더 급한가 봅니다. 모든 걸 눈에 보이는 앞에서 끝내야 된다고 생각하는 조바심이 가장 큰 적군. 생각의 전환 추를 잠시 누르고 길게 호흡해야겠습니다.     


주말동안 여러곳을 다녔더니, 확실히 월요병이 있군요. 사진 수업이 있는 날인데, 책방과 학원에 할 일이 있어서, 하루쯤 결석하는 양해를 구해야겠다 싶어요. 강사입장에서 보면 학습자가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데요, 어느새 쌓여있는 업무를 보니 맘이 답답해져서요. 하여튼 일과 여유에도 적절한 주고받기가 필요하지요.~~      


오늘은 작은 도서관에 책도 납품하는 날이라, 나포와 성산쪽으로 드라이브를 해야 되는데, 어제 강경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니 그곳은 아직도 들녘에 노란 벼 물결이 출렁출렁... 그늘진 좋은 쉼터 하나 잡아 한 주간을 잘 보내도록 잠깐이라도 마음모으기를 할까 합니다. 어제 읽었던 김소월 시인의 시집 한 권 들고서요. 오늘은 김소월 시인의 덜 알려진 시, 세 편을 들려드려요. <나의 집> <가을 저녁에> <바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의 집 김소월     


들가에 떨어져 나가 앉은 멧기슭의

넓은 바다의 물가 뒤에,

나는 지으리, 나의 집을,

다시금 큰길을 앞에다 두고.

길로 지나가는 그 사람들은

제가끔 떨어져서 혼자 가는 길.

하이얀 여울턱에 날은 저물 때.

나는 문(門)간에 서서 기다리리

새벽 새가 울며 지새는 그늘로

세상은 희게, 또는 고요하게,

번쩍이며 오는 아침부터,

지나가는 길손을 눈여겨보며,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가을저녁에 김소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때       


   

바다 김소월     


뛰노는 흰 물결이 일고 또 잦는

붉은 풀이 자라는 바다는 어디.     


고기잡이꾼들이 배 위에 앉아

사랑노래 부르는 바다는 어디.   

  

파랗게 좋이 물든 남빛 하늘에

저녁놀 스러지는 바다는 어디.     


곳없이 떠다니는 늙은 물새가

떼를 지어 쫓니는 바다는 어디.    

 

건너 서서 저편은 딴 나라이다

가고 싶은 그리운 바다는 어디.

홍차의 별난이름 '아이리쉬 위스키 크림'


강경고수부지 억새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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