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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Oct 20.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185

2024.10.20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새벽을 깨치고 상경, 벗들과 함께 서울의 가을을 탐색한 주말. 광화문부터 청계천을 걸어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전태일과 미싱 봉제사의 노동을 읊조리고, 다시 또 법정스님과 백석을 생각하며 길상사까지... 군산여자들의 서울여행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서울에 펼쳐진 야외도서관 3종 세트, <책 읽는 서울광장> <광화문 책마당> <청계천 책 읽는 맑은 냇가>를 돌아보자는 의견을 모아 여행을 기획, 어제는 그중 2곳에서 군산수다를 널리 뿌려놓고 왔지요. 특히 광화문 책마당은 광화문 바로 정문 앞에 설치하여, 고궁박물관과 부속건물들도 더불어 구경했는데요, 올라갈 때는 촛불집회현장시간과 맞물리면 참여하려는 내심이 있었지만 시간대가 달라서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한강작가의 물결로 포문을 연 책마당에서 푸른 가을하늘과 흰 구름을 지붕삼아, 책 한권 씩 읽는 벗들의 찍사노릇도 하고요, 청계천 맑은 냇가 도서관에서는 곧 출간될 책의 작가를 만나서 인쇄할 책의 마지막 수정부분을 확인하는 업무수행도 했지요. 어딜가나 일거 00득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 중독자...이지만 이곳저곳 서울 대로를 활보하며 2만여보를 걷는 강행군이었음에도 참 행복했습니다.   

  

밤12시 도착한 발걸음에는 여전히 열정과 수다가 묻어나고, 아들까지 나와서 네 명의 여자를 집집마다 모셔다주니, 얼마나 좋았던지요. 또다시 ’꽉찬 1일 서울여행‘ 가볼 만하다 라는 후기 평이 나오지 않을까요^^ 다음에는 서울의 남쪽코스를 잡아서 다녀와야겠습니다. 문제는 체력이니, 더 늙어갈 시간 탓하지 말고 한 발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 짬짬히 토막여행으로 축적된 마음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이 상책... 오늘도 각 지역마다 구경오라고 손짓하니, 기도와 좋은 말씀으로 아침을 잘 채우고, 어디로 갈거나 생각해보겠습니다.

최승자시인의 <개 같은 가을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發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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