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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Oct 24.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189

2024.10.24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게>

설악산에 첫눈이 내린 사진을 보고,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 상강(10.23)도 지나니 가을주렴이 무색해지기 전 뭐라도 해야될 것 같은 느낌이예요. 제 맘대로 달 수 하나를 늘릴 수도 없고요, 무엇을 하면 가는 세월이 덜 야속할까... 그런 고민이 슬슬 드는 걸 보면 분명 올해의 뾰족한 모서리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겠지요.  

   

어제는 지인들과 송년모임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일정표에 선약을 넣으며, 1월부터 빼곡히 뭔가가 써 있는 일정표를 쭉 읽어 보았어요. ’참 부지런히 살았네... 큰일 없이.‘ 사소한 할 일이나 약속까지도 메모해 놓는 습관으로 일정표는 넘치는 글자들로 넘치지만, 골라내고 큰 줄기만 보면 역시나 책방에 관한 메모들이 제일 많았어요. 하긴 봄날의 산책이름으로 출판한 책이 6권이 나 되니까요.     


사실, 이번 주에도 말랭이 잔치를 포함해서 시월의 마지막 일까지 매일매일 할 일이 있지요. 그 중 하나가 오늘 있을 ’전재복 시인의 시집 낭독(낭송)‘이예요. 제가 낭독한다는 것은 아니구요, 시인의 멋진 집을 찾는 지인들 30여 명이 시집<시발>을 돌아가면서 읽는 시간이 있는데, 제가 진행할까 하거든요. 누가 무슨 시를 읽을 지는 제가 준비한 시 제목 막대기로 뽑아서 읽는거지요. 어린애들 게임하는 것처럼, 편하고 자연스럽게 시를 만나도록 할 예정입니다.     


저도 어제 한강작가 시집이 책방에 왔길개, 몇 편을 읽으면서, <새벽에 들은 노래 3>이라는 시를 읽고, 또 혼자 읽기 아까워 지인들에게 보내주었죠. 시를 쓴 시인이 아무리 애를 써서 글을 발표해도 독자가 소리내어 읽어주는 활동이 있어야 그 시에 생명이 더해지고 울림이 퍼져나가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오늘 마음이 동한다면 우리 전재복 시인의 시집 <시발>을 아무곳이나 펴시고 한 편 뽑아 읽어보세요. 그 글을 썼을 시인의 마음과 텔레파시가 통해서 분명 좋은 일이 생길거예요.^^     


상강부터는 날씨가 급 강하하지만, 하늘은 그만큼 높아지고, 단풍이 절정, 국화가 만발하는 때가 온 것이지요. 멀리 나들이 가는 대신, 우리 주변에 단풍나무, 은행나무 잎 색이 바꿔지고, 소국들이 하늘거리는 그 찰나를 보는 것 만으로도 일상의 삶은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 함께 눈을 크게 뜨고 그 찰나를 만나시거든 누군가에게 안부도 묻는 하루 되시길... 김시천 시인의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 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사진, 이상준 사진작가 작품... 참고로 제가 사진수업을 받는데요. 그 반의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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